한국 사격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활약하면서 김예지(31·임실군청) 등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몇년 간 부진을 겪어 온 한국 사격이 부활한 배경으로 장갑석 사격대표팀 총감독의 리더십도 화제다.
31일 체육계에 따르면 최근 엑스(X·옛 트위터)에선 김예지가 지난 5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사격 월드컵 25m 권총 경기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김예지는 지난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개인전에서 오예진(19·IBK기업은행)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영상 속 김예지는 모자를 뒤로 쓴 채 마지막 발을 쐈고, 차가운 표정으로 표적지와 권총 잠금장치를 확인했다. 곧이어 표적지를 다시 한번 바라보고 한숨을 내뱉고 뒤로 섰다. 세계 신기록을 세운 순간인데도 미소는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이 같은 모습에 전 세계 엑스 이용자들은 영어와 스페인어, 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로 "여전사 같다" "쿨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자 엑스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도 김예지에게 찬사를 보냈다. 머스크는 엑스에 "액션 영화에도 사격 세계 챔피언이 나온다면 멋질 것 같다"고 적었다. 이어 "김예지를 액션 영화에 캐스팅해야 한다. 연기는 필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국 사격은 앞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 없이 은메달 1개에 그치는 등 최근 몇년 간의 부진을 극복하고 활약 중이다. 지난 27일 박하준(24·KT)-금지현(24·경기도청)의 공기소총 10m 혼성 은메달을 시작으로, 28일 오예진과 김예지가 공기권총 10m에서 나란히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9일엔 한국 선수단 최연소인 반효진(16·대구체고)이 여자 공기소총 10m 금메달을 차지했다. 다음달 2일 본선, 3일 결선이 열리는 여자 공기권총 25m 경기에선 김예지와 양지인이 금메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 사격이 화려하게 재부상한 배경 중 하나로 장 감독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체대 교수로 30여 년 간 학생 선수들을 지도해온 장 감독은 훈련 중 '3C 금지령'을 내렸다. 휴대전화(Cellular)·커피(Coffee)·담배(Cigarette) 금지령이다. 금주령도 내렸다. 선수들을 독려하기 위해 사격계에서 애주가로 잘 알려진 장 감독 스스로 술을 끊었다고 한다.
한국 사격은 이번 올림픽 대표 선발 시스템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 기존에 올림픽 대표선발전은 다섯차례 본선만 치렀다. 이번 파리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엔 다섯차례 본선을 치른 뒤 결선을 한 번 더해 가산점을 부여했다. 결선에서의 긴장감 등을 미리 경험하자는 취지였다. 확 바뀐 대표선발전으로 신예급 선수들이 대거 발탁됐다. 여기에 시뮬레이션 훈련장과 가상현실(VR) 세트장을 마련하는 등 대한사격연맹의 적극적인 지원이 성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