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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 극복이 시급한 석유화학산업 [이지평의 경제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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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각국이 석유화학 분야의 대규모 설비 확충에 주력하면서 세계적인 공급 과잉 문제가 우려되고 있다. 우리 석유화학산업계도 구조적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일본의 스미토모화학은 반도체 소재 등 첨단 기능성 화학의 강자이고 일본 유수의 석유화학 기업이기도 한데, 이 기업의 경우에도 2024년 3월 결산에서 석유화학 사업이 부진했다. 동사의 석유화학 사업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저렴한 에탄 원료를 조달하면서 아람코와 합작하는 등 좋은 조건으로 현지 생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진했다는 것은 석유화학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 입장에서는 고성장해 왔던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 확대가 그동안 큰 힘이 됐다. 중국 석유화학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과잉투자, 수출 초과형 성장 패턴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것이 한국 석유화학산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에는 석유 자원이 무기 체계 등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데다 공급 불안도 있었고 미국계 석유회사 등의 입김도 강하다는 측면이 고려돼 과잉투자를 자제하자는 심리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제 전기자동차 등의 보급으로 석유 수요의 피크가 조망되는 등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신 전망에 따르면 세계의 석유 수요는 2029년까지 정점에 도달하고 중국마저도 2030년 이후에는 늘어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한다. 반면 석유공급 측면에서는 미국 셰일 가스·석유 공급의 확대 효과가 지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 강화, 중국의 사우디아라비아 및 이란과의 양호한 관계도 있어서 중국으로서는 석유 자원 조달에 대한 걱정이 줄어 수출주도형 석유화학 투자에 보다 과감하게 나설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한다.

또한 중국 석유화학산업에서는 탈석유화가 진행, 수소 및 암모니아를 활용하는 공법의 기술개발과 플랜트 구축이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의 동북, 화북 등 북부 지역은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여건이 좋으며,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 하여 수소를 만드는 그린 수소의 잠재력도 크다. 예를 들면 중국 네이멍구 지역의 거대 풍력발전 에너지를 활용해서 수소 및 암모니아를 만들고 이를 활용하는 석유화학 플랜트가 잇따라 건설돼 가동에 들어가고 있다.

중국의 기존 석탄화학 기업들도 이러한 그린 수소 및 암모니아를 활용한 친환경 화학산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물론 비용 측면에서 그린 수소 및 암모니아를 활용한 화학 제품의 경쟁력이 부족한 측면이 있으나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점진적으로 비용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며, 탄소 규제 대응 측면에서도 유리할 것이다.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주면서 그린 수소 및 암모니아 화학품을 내수용에 충당하고 수출용 화학제품은 기존 석유화학 공장을 활용하다가 탄소 규제가 강화되면 수출품을 저탄소 화학품으로 교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석유화학산업으로서는 플랜트 운영 기술의 강점을 디지털 기술과 접목하면서 한층 더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별로 강점 분야, 고부가가치 기능성 화학 분야에 더욱 집중하면서 사업의 과감한 매수 및 합병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국내 기업은 물론 중국 및 글로벌 기업 등과 제휴 및 합병을 포함한 사업 재편성도 과제가 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원자력을 활용한 친환경 수소 생산체제의 구축과 저탄소 원료 기반 석유화학 플랜트 기술개발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선행적인 실증 플랜트 건설과 조기 상용화에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

기존 가스파이프 라인도 활용하면서 수소를 메탄으로 전환해 가스 파이프라인으로 공급하는 유통망의 선행적인 확충 등도 과제가 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망과 수소·메탄 가스 파이프라인의 연계적인 재정비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출력 제한을 억제하면서 신에너지와 석유화학 등 기존 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원자력을 활용한 수소 연계 생산 플랜트 기술을 축적한다면 원전 수출의 부가가치 제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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