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소속 해외 정보요원의 신상 등 군사기밀이 외부로 유출된 사건이 논란인 가운데, 여야가 21대 국회에서 간첩법 개정이 이뤄지지 못한 책임의 소재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제동을 걸어 무산됐다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주장이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30일 페이스북에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을 누가, 왜 막았나. 최근 '중국 국적 동포 등이 대한민국 정보요원 기밀 파일을 유출했다'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지만, 황당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간첩죄로 처벌 못한다"며 "우리 간첩법은 '적국'인 북한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행 형법상 간첩죄로 형사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국가기밀을 '적국'에 넘긴 사실이 증명돼야 한다. 한 대표는 이어 "이런 일이 중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 다른 나라에서 벌어졌다면 당연히 간첩죄나 그 이상의 죄로 중형에 처한다"면서 "지난 21대 국회 들어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은 4건 발의됐는데, 3건을 민주당이 냈었다. 그런데 정작 법안 심의 과정에서 민주당이 제동을 걸어 무산됐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민주당 탓하기 전에 국민의힘 의원님들과 먼저 소통부터 하시면 어떨까. 북한 외 다른 외국의 간첩행위에 대해서도 처벌이 필요하다는 말씀 취지에 공감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1건 낼 때 민주당에서 3건의 법안을 낸 게 아니냐"며 "이 법안이 추진되지 않은 것을 '민주당 탓'으로 돌리고 싶겠지만, 안타깝게도 사실이 그렇지 않다"고 했다.
박 의원은 법원행정처와 법무부 간 합의안 마련 및 이견 저율을 위해 국회에서 진행된 심사 회의록을 캡처해 올리면서 "회의록을 한 번이라도 읽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며 "국민의힘 의원님들 또한 개정안의 우려 지점을 개진하신 바 있다. 한 분께서는 새로 외국을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뒀을 때 특별법 규정은 어떻게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하셨고, 다른 분도 국가기밀의 범위에 대한 우려를 말씀하신 바 있다"고 헀다.
그러면서 "당시 소위에서 '적국'을 '외국'으로 넓힐 경우 일명 '산업스파이' 같은 사례도 간첩죄로 처벌할 것인가 등의 논의가 이어졌고, 결론 내지 못하고 계속 심의하게 된 것"이라며 "이것을 '민주당이 제동을 걸어 무산되었다'고 하기엔, 자당 의원님들을 너무 무시하시는 것 아닌가. 아무리 민주당 탓으로 돌리고 싶어도 이런 식의 가짜 뉴스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군 검찰은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에 대해 한국 정부 기관과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신분을 위장하는 '블랙 요원' 정보 등 최대 수천 건의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지난 2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 요원 중 다수가 북한 관련 첩보 업무를 수행하는데, 군 수사당국은 유출 정보가 북한으로 향한 정황도 포착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