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전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패를 당한 허미미(22·경북체육회)가 은메달을 딴 가운데, 상대였던 금메달리스트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도 판정에 대해 언급하면서 유도 종목 심판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랭킹 3위 허미미는 30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 데구치에 연장전(골든 스코어) 끝에 반칙패했다. 올림픽 유도 종목에서 금메달이 나온 건 2016 리우 올림픽의 여자 48㎏급 은메달리스트 정보경 이후 8년 만의 경사였지만, 심판의 판정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불거지면서 "도둑맞은 금메달"이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연장전에 들어가기 전 이미 지도 2개씩을 받은 두 선수는 아슬아슬한 경기를 이어 나갔다. 지도 3개를 받으면 반칙패였고, 두 선수는 치열한 기 싸움을 펼쳤다. 그러던 중 허미미가 먼저 공격에 들어갔다. 오른쪽 어깨를 집어넣어 메치기를 시도했고 이것이 먹히지 않자 곧바로 일어나 반대쪽 메치기를 시도했다. 데구치는 뒤쪽으로 허미미의 공격을 피했다.
이를 심판은 허미미의 '위장 공격'이라 판단했다. 위장 공격이란 실제 공격할 의도가 없으면서도 그런 것처럼 거짓으로 꾸미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인 선수가 그 상황을 면피하고자 '방어를 위한 공격'을 했을 때 위장 공격 지도를 준다.
데구치는 이러한 판정에 대해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마지막 지도에 대해 할 말은 없다"면서도 "더 나은 유도를 위해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바꿔야 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국 유도의 김미정 여자대표팀 감독도 결승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위장 공격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원래 본인이 가진 기술이 앉아서 하는 것이다 보니 심판이 그런 판정을 한 것 같다"며"마지막에 주저앉은 뒤 가만히 있었던 것이 아니라 계속 일어나서 공격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세 번째 지도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본다"며 "캐나다 선수가 공격을 거의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같이 지도를 받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허미미의 충격적인 판정패에 일본에서도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선수 역시 지난 30일 석연치 않은 심판의 판단으로 패배했기 때문. 이날 여자 63kg급 16강전에서 일본의 다시로 미쿠는 크로아티아의 카탈리나 크리스토에게 연장 절반패를 당해 탈락했다.
두 선수는 경기 시작 후 2분 10초가 흐른 시점에 공격 의사 부족이라는 지도를 각각 부여받았고, 이후 진행된 연장전에서 카탈리나가 엎어치기로 절반승을 따내며 경기는 종료됐다. 이후 심판이 소극적인 경기를 펼친 카탈리나에게 지도를 주지 않고, 오히려 공격적으로 경기를 푼 다시로에게 지도를 줘 패배했다는 비판과 함께 "이해하기 힘든 판정"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히가시스포웹은 "일본을 불리하게 만드는 곤혹스러운 판정이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고 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