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기계부품연구원과 경북경제진흥원이 인금 인상이나 지원 복지에 쓸 수익금을 초기 벤처기업 및 뿌리기업에 투자해 알짜기업을 키워내고 있다. 인건비 등을 자체적으로 벌어 써야 하는 기업지원기관 입장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모사업 규모를 늘려 기관 생존에 급급한 것과 대조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대구기계부품연구원에 따르면 대구 성서산업단지 한가운데 있는 대구기계부품연구원의 송규호 원장과 직원들은 매주 2회 이상 산단 현장의 기업을 찾는다. 제대로 된 부설 연구소가 없어 연구개발(R&D)은 꿈도 꾸기 어려운 뿌리기업과 성장통을 겪는 초기 벤처기업의 애로 사항을 해결해주기 위해서다. 대부분 매출 50억원, 종업원 30명 이하의 작은 기업이다. 2010년 이후 지원한 자체 R&D 사업 규모는 30개 사업, 14억원을 넘어섰다.
송 원장은 “정부와 지자체의 R&D 정책에서 소외된 기업 중 조금만 도와주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역량을 지닌 기업이 많아 이 같은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구원 지원으로 가상현실(VR) 기반의 군사 훈련용 시뮬레이터를 개발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 옵티머스시스템, 로봇캐디를 제작해 100억원대 매출 기업으로 도약한 티티앤지 등 10여 개 강소기업을 키웠다. 이태희 티티앤지 대표는 “자율주행 로봇 개발에 필요한 구조역학, 내구성 시험은 물론 핵심 모듈과 요소기술 개발을 연구원이 전폭 지원했다”고 말했다.
경상북도와 시·군 대행 사업만 주로 해오던 경북경제진흥원도 2년 전부터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흥원은 그간 각종 대행사업 가짓수와 규모가 커 자체 사업을 벌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3억3500만원의 자체 예산으로 25개 청년 기업의 성장을 도왔다. 경북 상주의 이민주 아워시선 대표는 진흥원 지원으로 후배 기업 4개사와 함께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의 로컬브랜드 상권 창출 사업(10억원)을 따냈다. 진흥원은 5000만원의 자체 예산을 투입해 인공지능(AI) 쇼호스트를 활용한 소상공인 라이브커머스 지원도 전국 최초로 시작했다.
송경창 원장은 “정부 및 지자체 사업을 하다 보면 긴급한 틈새 지원이 꼭 필요한 기업이 많다”며 “적절한 시기에 지원이 이뤄지면 기업 성장을 이루고 기존 정부 정책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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