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쌀 가격이 약 3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지난해 여름 폭염으로 품질 좋은 쌀의 공급이 줄어서다. 일부 슈퍼마켓은 쌀 판매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햅쌀이 출하되는 9월까지 수급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주요 쌀 브랜드인 니가타산 고시히카리는 현재 도매업체 간 거래 가격(도쿄 지역)이 60㎏당 2만8050엔(약 25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두 배 수준이다.
냉해에 따른 흉작으로 품귀 현상을 빚었던 1993~1994년 ‘헤이세이(平成) 쌀 대란’ 이후 약 30년 만에 최고치다. 아키타산 아키타코마치도 전년 대비 81% 상승한 60㎏당 2만7650엔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현재 유통되는 2023년산 쌀은 폭염으로 백화현상이 발생하는 등 품질이 떨어진 탓에 매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양이 줄었다. 지난해 일본 곡창지대인 니가타현에서 생산되는 고시히카리 1등급 비율은 급격히 떨어졌다. 고시히카리는 더위에 약한 품종인 데다 니가타현은 강수량도 적어 물 부족 문제까지 겪었다. 재고가 소진되기 시작한 지난 3월부터 수급이 어려워지며 가격이 급등했다.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과 코로나19 이후 소비 회복에 따른 외식 수요도 쌀값 상승을 부추겼다. 농림수산성이 발표한 5월 말 기준 민간 쌀 재고량은 145만?으로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5월 기준 150만?을 밑돈 것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일부 슈퍼마켓은 쌀이 제때 들어오지 않자 판매 제한을 시작했다. 간토 지역 슈퍼체인 ‘오케이’는 가구당 구매할 수 있는 쌀을 10㎏으로 제한했다. 매장에선 ‘주력 상품이 조기에 동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수도권 등에서 약 300개 슈퍼체인을 운영하는 ‘라이프’도 가구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며 ‘주문이나 예약 판매는 불가능하다’고 게시했다.
2024년산 쌀 유통이 본격 시작되는 것은 9월 이후다. 수급난이 풀리며 쌀 가격이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올해도 폭염에 따른 쌀 품질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쌀 주요 산지는 내년에도 폭염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온에 강한 품종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다.
도쿄=김일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