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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북한인가요?"…노후 아파트 주민들 '황당' [오세성의 헌집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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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아파트는 그만큼 엘리베이터도 낡은 경우가 많습니다. 전국 아파트에서 노후 엘리베이터가 늘어나면서 운행이 정지되는 경우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폭염 기간 허용됐던 조건부 임시 운행도 이달 일몰될 예정이기에 운행 정지 사례는 전국으로 확산할 전망입니다.
안전부품 미설치 승강기 운행 임시 허용 만료…다시 '금지'
서울 송파구의 한 노후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는 얼마 전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습니다. 정밀안전검사에서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서 운행이 중단돼 계단으로 오르내려야 했던 것입니다. 택배와 배달 주문도 모두 끊겨 한동안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는 "북한에서는 전기가 없어 고층 아파트도 걸어 올라간다고 하더라. 엘리베이터가 멈췄을 때는 여기가 북한인가 싶었다"며 "그나마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정부에서 혹서기 임시 운행도 허용해 잠깐의 불편에 그쳤다"고 회상했습니다.

A씨가 겪은 불편은 단기간에 해소됐지만, 국내 대부분의 노후 아파트들은 그렇지 않을 전망입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6월 안전부품 미설치 승강기 운행을 두 달 동안 한시적으로 허용했는데, 오는 19일부터는 다시 엄격하게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혹서기 주민 불편과 부품 수급 지연 등을 우려해 운행을 허용했던 것"이라며 "8월 말 이후로는 이전과 동일하게 운행 금지 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안전상 문제가 있는 엘리베이터 운행을 계속 허용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최초 설치 이후 15년이 지나면 한국승강기안전관리공단의 정밀안전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때 2017년 법 개정으로 의무화한 7대 안전장치 설치 여부도 확인합니다. 7대 안전장치는 어린이 손끼임 방지수단(카문)·자동구출운전 장치·추락방지 등입니다.

안전장치가 없다면 3년씩 2차례에 걸쳐 유예기간을 주는데, 3차 정밀안전검사에서도 안전장치가 없다면 불합격 처리와 함께 운행 금지 조치를 합니다. 다만 입주민 동의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3년 추가 유예가 가능합니다. 최초 정밀안전검사를 받고 최대 9년까지 안전장치 설치를 미룰 수 있는 셈입니다.
새 엘리베이터 뺨치는 안전장치 값…장충금도 '부족'
그런데 올해부터는 안전장치 설치 유예기간이 모두 끝난 엘리베이터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단에 따르면 세 번째 정밀안전검사에서 탈락해 마지막 네 번째 검사를 받아야 하는 엘리베이터는 올해 2만8000여 대를 기록, 지난해 1만4000여 대에서 두 배로 늘었습니다. 최종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경우도 6월 기준 292대에 달합니다.

기존 엘리베이터에 안전장치 몇 개 추가로 부착하는 게 대수인가 싶지만, 실제로는 만만치 않은 작업입니다.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에 따르면 기존 엘리베이터에 안전장치를 추가로 설치하는 비용은 대당 2500만원 수준입니다. 장기수선충당금에 여유가 있다면 아예 새 엘리베이터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 승객용 엘리베이터 84만여대 가운데 4분의 1에 해당하는 21만5000대는 설치 15년이 지나 정밀안전검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25년을 넘은 엘리베이터도 3만2000여 대에 달합니다. 엘리베이터를 교체하는 아파트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엘리베이터 교체 역시 쉬운 일은 아닙니다. 엘리베이터 교체는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노후 아파트가 충당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탓입니다.

공동주택관리 정보시스템(K-apt)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아파트 월평균 장충금 부과액은 ㎡당 244원이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를 통해 장기수선계획 내실화를 지원하면서 적립액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1990년대만 해도 장기수선충당금에 대한 인식이 희박했던 탓에 계획만큼의 비용을 걷지 못했고, 그 결과 적립액이 부족해진 것입니다.

아파트 관리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아파트는 장기수선계획에서 정한 액수만큼 적립하지 못하고 있다.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들은 실제 적립액이 계획의 절반 수준인 경우가 태반"이라며 "그렇더라도 엘리베이터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부분은 주민들을 설득해 안전 조치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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