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의 상징적 인물로 꼽히는 고(故) 윌리엄 E 웨버 대령의 손녀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감사 편지(사진)를 보냈다. SK그룹과 최 회장이 웨버 대령 추모사업을 이끌며 한·미 동맹의 의미를 널리 알리고 있는 데 대해 고마움을 표현한 것이다.
한미동맹재단은 웨버 대령의 손녀인 데인 웨버(34)가 최 회장에게 보내는 석 장의 편지를 전달해왔다고 29일 발표했다. 웨버는 지난 26일 웨버 대령 유품 전시회인 ‘한미동맹을 이어가다, 윌리엄 E 웨버’와 27일 국가보훈부가 주관한 ‘6·25전쟁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행사’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웨버 대령은 미국 제187 공수보병연대 중대장으로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 서울수복작전 등에 참전했다. 1951년 원주 전투에서 오른팔과 오른 다리를 잃었다. 1년간 수술과 재활을 거쳐 현역으로 복귀했고 1980년 전역했다. 여러 행사에서 왼손으로 경례하는 모습으로 잘 알려져 있다.
데인 웨버는 편지에 “할아버지의 기념사업을 지원해준 데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기념비 건립 등에 크게 기부하고, 바쁜 일정에도 행사에 참석하는 등 특별한 헌신과 배려를 느꼈다”고 적었다. 또 “SK그룹과 한미동맹재단의 협력은 할아버지의 유산이 후대에 전해지도록 도와준다”며 “우리 가족뿐 아니라 할아버지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모든 사람이 깊이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와 할머니(애널리 웨버)도 최 회장과 SK그룹의 헌신을 알게 되면 매우 기뻐할 것”이라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마움을 느낀다”고 적었다.
웨버가 편지를 보낸 것은 SK그룹이 진행하는 추모 행사에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다. SK그룹은 미국 워싱턴DC ‘추모의 벽’ 사업 후원, 파주 보훈단지 내 웨버 대령 추모비 건립, 웨버 대령 한미동맹 에세이 콘테스트 등을 주도하고 있다. 한·미 동맹 덕분에 SK를 비롯한 기업들이 태어나 한국을 10대 경제강국으로 만들 수 있었다는 인식에서다. 6·25전쟁 참전용사 기념비인 ‘19인 용사상’과 4만3000여 명의 전사자 명단을 새긴 추모의 벽은 웨버 대령이 평생을 바쳐 추진한 숙원사업이었다. SK그룹은 2021년 이 사업에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100만달러(약 13억8000만원)를 후원했다.
웨버 대령은 2022년 별세하기 전까지 국제 사회에서 잊힌 6·25의 의미를 되새기는 데 힘썼다. 웨버 대령은 미국 고교 교과서에 6·25전쟁을 다룬 대목이 다섯 문단이라는 의미에서 ‘다섯 문단 전쟁’이라고 부르며 참전용사의 헌신을 널리 알렸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파주 추모비 준공식에 참석해 데인 웨버에게 대령의 헌신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당시 “웨버 대령 등 6·25전쟁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은 우리에게 자유민주주의라는 씨앗을 선물했다”고 말했다. 유엔평화기념관과 한미동맹재단은 내년 말까지 웨버 대령의 유품 100여 점을 전시한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