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29일 18:2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이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다. 보험업계 ‘빅3’로 꼽히는 한화생명에 이어 교보생명도 자본성증권(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에 나서는 등 보험사의 자본확충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이날 5000억원어치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수요예측 결과 698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발행사와 주관사는 발행규모를 7000억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국내 기업이 발행한 후순위채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교보생명의 후순위채는 10년 만기지만 발행 후 5년 뒤에 조기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이 붙었다. 조달 금리는 연 4.3%로 결정됐다.
교보생명의 후순위채의 신용등급은 ‘AA+’로 평가됐다. 교보생명의 보험금지급능력 등급(AAA) 대비 한 단계 낮은 신용등급을 매겼다. 두 단계 낮은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신종자본증권보다 신용도가 높게 책정돼 상대적으로 조달 비용을 아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보생명 후순위 발행 작업 과정에서 계열사인 교보증권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번 후순위채에 인수단으로 참여한 교보증권은 1300억원가량을 매입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교보생명이 후순위채 카드를 꺼내 들고 나선 건 지급여력비율(K-ICS) 하락폭이 커서다. K-ICS는 보험사가 가입자들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을 수치화한 지표다. 보험업법상 최소 기준치는 100%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한다.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을 비롯한 자본성증권은 건전성 지표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자본으로 분류된다.
교보생명의 지난 3월 말 기준 K-ICS 비율은 238.9%로 전분기 대비 26.4%포인트 떨어졌다. 금리 변동성 등 시장 리스크 증가와 새 회계제도 영향으로 보험사의 요구자본이 많이 증가한 데 따른 여파다.
지주사 체제를 준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교보생명은 2025년 목표로 지주사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자회사 자금지원 등 향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본 활용 버퍼를 늘리기 위해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하반기 들어 보험사 자본성증권 조달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17일 5000억원어치 신종자본증권을 찍었다. 당초 3000억원 조달 목표로 출발해 5000억원까지 발행 규모를 늘렸다. KDB생명, 메리츠화재 등도 하반기 중 자본성증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보생명의 후순위채 발행에 NH투자증권이 단독 주관사를 맡은 것도 눈길을 끈다. 통상 기업들이 채권 발행 과정에서 증권사 4~5개를 공동 주관사단을 꾸리는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지난해 5월 교보생명이 5000억원어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당시에도 NH투자증권이 단독 주관사로 딜을 마무리지었다. 교보증권이 지난 4월 발행한 회사채도 NH투자증권이 단독 주관했다. 한 IB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움츠러든 상황에서 NH투자증권이 교보생명, 교보증권의 주관사를 맡았다"며 "당시 자금조달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주고 받은 것을 계기로 끈끈한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