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법인카드 사용처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야권에서는 청탁금지법 위반 및 배임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 측 의원들은 이 후보자를 둘러싼 법인카드 사적 사용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에 대해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무상 배임은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해 제355조의 죄를 범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로 처벌 수위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일반 배임보다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야당 간사인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이 후보자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대전문화방송 사장 재임 기간인 2015년 3월부터 2018년 1월까지 35개월 동안 ‘사장 법인공용카드’로 총 1157회에 걸쳐 1억 4279만원을 지출했다.
이중 접대비로 표기된 지출은 총 6682만원으로 150건에 이른다. 평일과 주말에 각각 4697만원(110건), 1985만원(40건)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법인카드 사용역을 항목별로 보면 골프장으로 유추되는 곳에서는 총 42차례에 걸쳐 1771만원의 결제가 이뤄졌는데 이중 접대비로 기록된 것은 1252만원(21건), 부운영비는 520만원(21건)에 이른다.
또 이 후보자는 지난 2018년 1월 8일 대전 MBC 사장 사직서를 제출하고, 1월 9일 기준 해임처리가 완료됐지만 법인카드를 사용한 내용이 적발됐다.
이 후보자의 경우 사직서를 낸 당일인 1월 8일 오후 8시 15분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보리밥집에서 3만 6500원을 결제한 내역이 발견됐다. 30분 뒤인 오후 8시 41분에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2만 8600원을 결제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표를 내고 집 근처에 도착했다. 그때 먹는 밥이 업무용인가, 그때 마시는 커피가 업무용인가”라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수행원이) 저를 내려주고 이 한식집에서 같이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헤어졌다”면서 법인카드 사용 정황을 설명했다. 즉 사표를 내고도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휴일, 집주변 가리지 않고 빵, 커피 등 소액까지 법인카드로 긁어 업무상 배임일 소지가 커 수사 의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의 금품 수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청탁금지법은 음식물에 대해 직무 수행, 사교·의례 등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3만원 이하 음식물에 대해서는 예외적 수수를 허용하고 있다.
법인카드의 개인적 사용, 사적 유용은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일명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청탁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부정·부패 관행을 끊기 위해 도입돼 2016년 7월28일 헌법재판소가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본격 시행됐다.
적용 대상자는 중앙·지방행정기관, 시·도교육청, 일선 학교, 언론기관 등 4만919개에 이르고 대상 인원은 400만여명에 달했다.
정부 차원에서 물가 상승과 내수 진작을 고려해 식사비 한도를 현행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개정되지 않아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자가 1인당 3만원 이상 식사를 제공받으면 법 위반에 해당한다.
법 시행 초기에는 적용이 매우 엄격했으나 현재는 유명무실해질 정도로 느슨해진 상황이다.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형사적 조치의 대상이 된다. 공직자가 되더라도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법조계에서는 법인카드로부터 파생된 포인트를 개인 명의로 적립할 경우도 업무상 배임이라는 판결이 나와 있다.
한편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은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 등으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를 받던 중 해임됐다.
또 유시춘 EBS 이사장도 2018년 9월 EBS 이사장으로 취임한 후 5년여 동안 정육점이나 백화점, 반찬 가게 등에서 약 200차례에 걸쳐 법인카드를 부정 사용해 1700만원가량을 사적으로 쓰고, 부정청탁금지법에 위반되는 3만원 이상의 식사 접대를 50여 차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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