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마비시키려는 꼼수 탄핵”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사퇴 의사를 밝힌 이 부위원장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해 방통위원장의 직무가 최장 6개월간 정지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대통령실은 “적법성 논란이 있는 야당의 탄핵안 발의에 따른 것”이라며 “방통위가 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연이은 탄핵은 MBC 경영진이 여권 성향으로 교체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방통위는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를 선임할 권한을 갖고 있고, 방문진 이사진은 MBC 사장을 임명할 수 있다. 현 이사진의 임기(3년)가 다음달 12일 만료되는 만큼 정부는 새 이사진 선임 절차를 추진해왔다.
총 9명인 방문진 이사회는 현재 여권 성향 3명과 야권 성향 6명으로 구성돼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1년 선임됐기 때문이다. 야당은 여권 우위로 이사회 구성이 바뀌는 것을 막기 위해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지속해왔다. 지난해 11월 이동관 위원장에 이어 올 6월에는 김홍일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두 사람은 모두 탄핵안 표결 전 자진 사퇴했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 출범 2년이 지난 뒤에야 임기를 채운 이사를 교체하는 게 어떻게 ‘방송 장악’이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진숙도 탄핵 시사
방통위의 의결 정족수는 상임위원 2인이다. 정치권에선 이르면 다음주 ‘2인 체제’가 복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대통령이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청문 절차를 마쳐야 한다. 그 안에 채택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10일 이내 기간을 정해 국회에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윤 대통령은 지난 9일 국회에 이진숙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을 보냈다. 청문절차 마감 시한은 오는 29일이다. 다음날인 30일 윤 대통령이 31일까지 재송부를 요청하면 물리적으로 다음달 1일 이 후보자를 임명하는 게 가능하다. 방통위 부위원장은 차관급이어서 청문회 절차 없이 대통령이 언제든 임명할 수 있다.
이 후보자와 신임 방통위원은 취임 직후 곧바로 방문진 이사 선임안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원자 공모와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만큼 의결이 가능하다는 게 여권의 입장이다. 민주당은 그 전에 이 후보자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는 전략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은 통화에서 “방문진 이사진 선임을 위한 추가 의결 사항이 남아 있다”며 “이때 2인 체제로 의결하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방통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상임위원 4인으로 늘리는 방통위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국민의힘은 지난 25일 상정된 방송4법에 대해 법안당 24시간씩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 중이다. 첫 24시간이 끝나자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시키고 방통위법부터 통과시킨 것이다.
양길성/박주연/정상원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