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경찰 지구대·파출소의 112 긴급출동 환경이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해 동안 4만7000회나 긴급출동한 곳이 있는가 하면 연간 20여 번만 현장에 출동한 곳도 여러 곳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생 최일선인 경찰 지구대·파출소 중 어느 곳은 ‘치안 공백’이 우려될 만큼 바쁘지만, 한가한 곳도 많아 인력 배치와 근무 여건의 형평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간 출동 1위 4만6967건
26일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2044개 지구대·파출소 중 지난해 112 출동을 가장 많이 한 곳은 서울 마포 홍익지구대로 총 4만6967건에 달했다. 젊은이들과 외국인 관광객으로 늘 붐비는 홍대 유흥가를 담당하는 곳이다. 이어 부산 서면지구대(3만2953건), 경기 평택지구대(3만2590건), 의정부 신곡지구대(3만1602건), 서울 도곡지구대(2만9355건) 순이었다. 긴급 출동 상위권 지구대·파출소는 기차·전철역 인근으로 유흥가 등 사업지구를 관할하는 공통점이 있다. 한 지구대 일선 경찰 A씨는 “주취 폭력 사건이 매일 이어져 항시 긴장하고 근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한 해 출동 건수가 최저인 곳은 전북 군산 개야도 파출소로 25회 출동했다. 2위는 전남 신안 가거파출소로 총 28회 나갔다. 경찰 관계자는 “인근 마을이 소멸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지역사회의 반발로 어쩔 수 없이 운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출동 건수가 연 500건 미만(하루 한두 건)인 지구대·파출소는 358곳이나 됐다.
업무 강도가 센 곳에 근무하는 경찰들은 한가한 경찰들과 대접이 사실상 같은 게 불만이다.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경찰청은 2022년 ‘112 출동 수당’을 도입했는데, 수당이 출동 한 건당 3000원에 불과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야간 출동이 잦아 기피지로 꼽히는 서울 한 지구대에 근무하는 경찰 B씨는 “밤마다 술에 취한 민원인과 씨름해야 한다”며 “근무대원 상당수가 민원인과 민형사 분쟁까지 겪고 있다”고 했다.
○근무 강도 ‘극과 극’…대우는 동일
일부 경찰은 지구대의 전체 출동 횟수보다 1인당 출동 건수를 기준으로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2 출동 횟수에선 홍익지구대가 1위였지만, 경찰관 1인당 출동 횟수는 평택지구대가 1위(493건)를 기록했다. 홍익지구대엔 경찰관 201명이 근무하지만 평택역 일대를 맡은 평택지구대 현 인원은 60명이다. 평택역 인근은 최근 수년 새 반도체 공장 증설 등으로 외국인 및 일용직 근로자가 몰리고 상권이 발달하면서 야간 출동이 급증한 곳이다.상황이 이렇자 ‘한가한 파출소’로 근무지를 옮기려는 경찰도 늘고 있다. 승진 시험을 준비하는 경찰들은 출동 건수가 적은 곳을 골라 보직 이동을 신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승진을 준비하거나 승진을 포기한 고참들은 한가한 파출소나 지구대에 눌러앉고 갓 입직한 청년 경찰들은 일감이 몰리는 지구대로 강제 발령받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찰청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지난해 인근 지구대·파출소 두세 곳을 묶어 대표 한 곳만 운용하는 ‘중심지역관서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비도심 지역에서 이마저도 시행이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지방에서 만약 파출소를 없애면 최소한의 치안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는 데다 주민들의 반발도 크기 때문이다. 치안정감 출신인 이 의원은 “당장 일이 많은 지구대를 별도로 가려내 추가 수당을 지급하고, 승진에도 혜택을 주는 등의 인사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철오/김다빈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