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주들이 올해 쾌속 항해를 하고 있다. '트럼프 트레이드(수혜주)'로 거론되고 있는 데다 업황까지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줄줄이 신고가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 대장주인 HD현대중공업은 26일 16.90% 급등한 20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2분기 호실적을 공개한 영향에 이날 52주 신고가(21만원)을 경신했다. 시가총액이 18조원을 돌파하며 하루새 코스피 시총순위가 23위에서 19위로 4계단이나 뛰었다.
조선업 호황의 온기가 조선주에게 퍼지며 STX중공업(12.04%), HD현대미포(10.33%), 삼성중공업(8.40%), HD한국조선해양(8.16%) 등 조선주들이 줄줄이 신고가를 새로 썼다. 조선·해운업 종목을 담고 있는 SOL 조선TOP3플러스(8.95%)와 HANARO Fn조선해운(7.94%) 등 상장지수펀드(ETF)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선박가격 강세...신조선가 16년래 최고치
조선주들이 들썩이는 이유는 십수 년 만에 호황기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업황을 가늠하는 지표인 신조선가지수는 16년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선박 수주 단가인 신조선가 지수는 신규 건조 선박 가격을 평균 100으로 놓고 지수화한 것이다. 100보다 높으면 선박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이 지수는 지난 19일 187.91로 올랐다. 제2차 슈퍼사이클(2002년~2008년) 시기 역사적 고점 191.58(2008년 9월)과 불과 3.67포인트 차이다. 신조선가지수가 180선을 넘은 것은 2008년 11월이 마지막이다.선박 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노후 선박의 교체 주기가 도래한 상황에서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된 영향이 크다. 통상 선박 교체 주가는 20년 안팎인데, 때마침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까지 해운업의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자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교체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과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서 암모니아를 연료로 하는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 등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 수요가 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국내 조선사들은 올해 수주 목표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5일 유럽 소재 선사와 총 3조6832억원 규모의 초대형 컨테이너 12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수주 목표치의 120.5%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22척을 수주해 연간 수주목표(97억달러)의 51%를 채웠다. 이미 3~4년치 일감을 확보해 공급자 우위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조선주 목표가 줄상향…"당분간 실적 개선 지속"
조선업이 ‘트럼프 트레이드’ 기대 업종으로 언급되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신재생에너지 대신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LNG선 발주가 늘어나면서 호황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 강 달러 현상도 실적에 긍정적이다. 통상 선박 수출시 건조 대금을 달러로 받기 때문에 환율이 높아지면 환차익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당분간 실적 개선이 유력시되면서 조선주들의 목표가도 잇따라 상향되고 있다. 최근 이틀 사이에 HD한국조선해양(4곳), 삼성중공업(8곳), HD현대중공업(11곳)의 목표주가가 일제히 높아졌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주 증가로 고선가가 유지되고 있다"며 "대세상승기에 진입한 조선업의 비중확대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JP모건 역시 전날 HD한국조선해양을 비롯해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에 대해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로 제시했다. JP모건은 “선박 수익성 개선 등에 따른 실적 개선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HD현대 계열 조선사의 2분기 실적 개선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