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기반 전자상거래 플랫폼 큐텐의 계열사 티몬·위메프의 대금 정산지연 사태에 전자상거래·결제·여행 섹터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거래 대금 회수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한 영향이다.
여행주 잇따라 52주 신저가
25일 모두투어는 2.77% 내린 1만227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52주간 가장 낮은 가격이다. 노랑풍선도 52주 신저가인 5640원에 거래됐다. 전일대비로는 1.91% 낮다. 하나투어는 전날보다 주가가 2.81%, 참좋은 여행은 3.10% 빠졌다. 이들 기업들은 티몬과 위메프 대금 미정산 우려에 주가가 내리막을 타고 있다. 각 여행사들은 티몬과 위메프에서 특가 패키지상품부터 각종 항공·숙박·입장권 등을 판매해왔다. 여행사가 티몬이나 위메프를 통해 여행상품을 팔아 항공·숙박권 등을 발권하고, 해당 상품 이용 완료 다음달이나 다다음달 중에 판매처로부터 대금을 정산받는 구조다. '선 지출 후 정산' 형식이라 대금 정산을 받지 못하면 그만큼 손해를 떠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각 여행사들은 이미 6월 판매분부터 대금 정산을 받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투어와 노랑풍선 등 주요 여행사들은 위메프와 티몬에 정산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여행사들이 출발이 임박하지 않은 예약건에 대해선 예약자에게 자사에 직접 재결제를 하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이같은 방식으로도 손해를 아예 막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티몬과 위메프가 그간 유동성 확보를 위해 특별 기획전을 여럿 벌인 탓에 큰 할인폭을 적용한 상품이 많아서다. 이용자가 재결제를 하더라도 각 여행사들은 과도 할인폭만큼의 손해를 감수해야 해 단기 실적이 악화할 수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휴가철을 앞두고 있어 판매상품이 많았던 와중 '티메프' 사태가 터졌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여행 상품 이용과 환불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플랫폼을 통한 판매 자체가 저조해질 수 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매각대금 못 받나' 야놀자 관련주도 하락
큐텐에 기업매각 자금이 물린 야놀자 관련주도 줄줄이 하락세다. 야놀자가 작년 4월 인터파크커머스의 지분 전량을 큐텐에 매각한뒤 아직 받지 못한 미수금이 1700억원에 달하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야놀자 투자사인 한화투자증권 주가는 5.05%, SBI인베스트먼트는 6.7%, 아주IB투자는 9.52% 내렸다. SIB투자는 지난 2017년 말 야놀자에 200억원을, SBI인베스트먼트는 야놀자에 160억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투자증권은 모회사인 한화자산운용이 야놀자에 2018년 400억원을 투자했다.
그래디언트는 주가가 6.3% 내린 1만2420원에 거래되고 있다. 그래디언트는 2022년 전자상거래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지분 70%를 야놀자에 매각해 야놀자 관련주로 통한다.
결제대행업체도 줄줄이 내리막
결제대행업체(PG사)들도 주가가 약세다. NHN KCP는 1.66% 하락한 8910원에 거래되고 있다. KG이니시스는 1.22%, KG모빌리언스는 1.19% 빠졌다. 이들 기업 주가도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결제취소 '대란' 영향을 받고 있다. 기존 결제건에 대한 취소 요청이 쏟아지고 있는데다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 두 곳의 결제가 잠정 중단되면서 수수료 매출처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티몬과 위메프를 통해 판매된 모든 상품을 기준으로 피해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선 일당 결제 추정액을 근거로 추산할 때 피해 규모가 최소 10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섹터별로 미지급된 정산대금이 얼마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더 악화하고 있다"며 "향후 사태 향배에 따라 추가적인 하락 압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