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가 세계인의 화두가 된 적이 있다. 코로나19가 극심하던 시기였다. 세계 정부가 전염병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사람들의 이동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이때만 해도 사람들은 다시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람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가상세계에서 보낼 것이라고 생각한 기업들은 메타버스로 몰려갔다. 그러나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의 세계는 어떠한가?
우리는 여전히 현실에 산다. 인공지능(AI)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지만, 우리의 경험은 대부분 ‘발을 딛고 선 현실 세계’에서 기인한다. 앞으로도 오랜 시간 변치 않을 사실이다. 영상통화가 부모님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고 한들, 직접 찾아뵙는 것만 못하지 않은가. 엔데믹 이후 배달시장의 역성장만 봐도 사람들이 얼마나 오프라인에서의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했는지 알 수 있다.
‘빵지순례’라는 말이 있다. 전국 각지의 지역 대표 빵집을 일부러 찾아가 빵을 먹고 온다는 뜻이다. 지역의 ‘동네 빵집’이 전국구 유명 빵집이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대전 성심당, 대구 삼송빵집, 군산 이성당 등은 모두 그 지역에 갈 때 한 번은 꼭 가봐야 할 곳이 됐다. 이런 가게 앞에는 으레 길게 늘어선 줄이 있고, 그 고객들은 온 김에 지역을 관광하고 인근 가게에 돈을 쓴다. 지역 상권에 미치는 유명 빵집의 낙수효과다.
문제는 동네 가게가 지역 대표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원할 사회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유명 빵집들은 운 좋게도 소상공인에서 소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대부분 소상공인은 ‘돈 잘 버는 가게 사장님’에 그친다. 장사가 한창 잘될 때조차 은행 등 1금융권에서 성장을 위한 자금을 빌려주는 경우가 드물다. 금융회사가 소상공인 영역 전반에 보수적인 관점을 견지하기 때문이다. 돈을 빌리기 어렵기 때문에 확장을 포기하거나 친인척의 투자를 받는다. 어느 쪽이든 기업으로의 성장 경로와는 거리가 있다.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혁신을 바탕으로 한 기회형 창업 비중(21%)이 작고 생계형 창업 비중(63%)이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책도 생계형에 치우쳐 있다. 잘 안되는 가게가 망하지 않도록 돕는 정책은 많지만, 잘되는 가게가 더 크게 되도록 돕는 정책은 부족하다. 이들을 위한 금융 서비스도 부족하다.
경제가 압축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에는 전 국민과 정부가 기업들이 더 크게 성장하도록 온 힘을 모아 도왔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들어가는 데 중요한 동력이었다. 같은 마음으로 주변의 동네 가게들이 매력적인 소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면, 우리의 일상이 보다 다채롭고 풍성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게 문화 선진국의 단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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