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은 국내 클래식 팬들한테 각별한 연말이었다. 세계 3대 교향악단으로 꼽히는 로열 콘세르트 헤바우 오케스트라(RCO)와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이 나란히 내한하면서다. 특히 11일에는 이들 중 두 곳이 동시에 연주회를 열면서 한판 승부를 벌였다. ‘롯데콘서트홀의 RCO냐, 예술의전당의 베를린필이냐.’ 관객들은 전례 없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야 했다.
이런 일은 2016년 롯데콘서트홀이 문을 열기 전까진 불가능했다. 롯데콘서트홀은 예술의전당 음악당 이후 28년만에 서울에 들어선 클래식 전용 홀이다. ‘문화예술을 통해 풍요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롯데문화재단이 1500억원을 들여 조성했다.
메세나 정신은 공연장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국내 최초로 객석이 무대를 둘러싼 빈야드 스타일을 도입했다. 객석 어디서나 평등한 음향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음향 완성도도 정상급이다. 빈 필하모닉(2016), MET 오페라 오케스트라(2024) 등 세계적인 악단들이 거쳐 간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RCO 공연은 클래식계에서 “악단의 속살을 모처럼 유감없이 발휘한 최고의 내한 공연 중 하나”(노승림 음악 칼럼니스트)라며 호평받았다.
재능 있는 연주자들과 신예들을 위한 ‘인 아티스트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무대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주 음악가 제도다. 2021년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에스머 콰르텟을 시작으로 첼리스트 문태국, 피아니스트 신창용 등이 거쳐 갔다. 올해 첼리스트 한재민이 선정됐다.
‘문화 문턱’을 낮추기 위한 롯데문화재단의 노력은 클래식에 국한되지 않는다. 동시대 현대미술품을 전시하는 롯데뮤지엄이 지난 2018년 개관했다.
관람 시간이 끝난 후 공연과 전시를 동시에 즐기는 ‘뮤지엄 나이트’ 등 차별화된 관람 경험을 선사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