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25일 07: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강승곤 브이티 대표 겸 큐브엔터테인먼트 대표가 화장품 제조사 이앤씨 지분을 브이티에 넘기고 그 대가로 큐브엔터 지분을 받아 큐브엔터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앤씨는 사실상 강 대표의 개인 회사로 브이티의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한 회사다. 강 대표는 이 거래로 100억원에 달하는 현금도 손에 쥐었다. 브이티 이사회가 강 대표 개인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브이티는 지난 22일 강 대표로부터 비상장 화장품 제조사 이앤씨 지분 50.27%(186만주)를 603억원에 사들여 이앤씨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브이티는 매매대금을 코스닥 상장사인 큐브엔터 지분 27.53%(380만주)와 현금 약 98억원으로 지급했다. 이 거래로 큐브엔터의 최대주주는 기존 브이티에서 강 대표로 바뀌었다. 강 대표는 큐브엔터 지분율을 9.3%에서 36.82%로 늘리며 지배력을 대폭 강화했다.
문제는 이앤씨가 사실상 강 대표의 개인 회사이며, 브이티의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한 회사라는 점이다. 이번 거래가 이뤄지기 전 강 대표는 이앤씨의 지분 64.2%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2대주주는 브이티와 큐브엔터에서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강 대표의 친인척 강동윤 씨다. 강 대표는 이 회사 경영권을 2022년 인수했다.
강 대표가 인수한 뒤로 이앤씨는 브이티를 등에 업고 급성장했다. 강 대표가 인수하기 전인 2021년 284억원에 불과했던 이앤씨의 매출은 지난해 563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영업손익은 46억원 적자에서 53억원 흑자로 대폭 개선됐다. 이앤씨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71.8%를 브이티와의 거래를 통해 거뒀다. 이앤씨는 브이티의 주력 상품인 마스크팩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일각에선 강 대표가 껍데기뿐인 회사를 인수한 뒤 해당 회사에 브이티의 일감을 몰아줘 실적을 끌어올리고, 이 회사 지분을 브이티에 팔아 이득을 챙긴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강 대표는 브이티의 이앤씨 인수를 결의한 브이티 이사회의 구성원이다. 이앤씨의 2대주주인 강 씨도 7명으로 구성된 브이티 이사회 멤버다. 자신의 개인회사를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가 사가도록 의사결정을 내린 건 이해상충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브이티 관계자는 "다른 화장품 제조업체들의 생산 능력이 이미 한계에 달해 발주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돼 이앤씨 인수를 결정했다"며 "복수의 회계법인으로부터 밸류에이션 검증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고, 화장품 사업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분리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의 지배구조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로엔케이(현 인스코비)의 최대주주이자 대표를 지냈던 인물이다. 그는 로엔케이를 통해 스마트그리드, 수입 중고차 유통,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을 했다. 이후 로엔케이 경영권을 매각한 뒤 2017년 배우자인 조하나 씨 등과 함께 브이티(당시 지엠피) 경영권을 인수했다.
라미네이팅 기계 및 필름을 제조하는 기업이었던 브이티는 강 대표가 인수한 뒤 브이티코스메틱을 인수하면서 화장품 회사로 변신했다. 브이티는 2020년 큐브엔터 지분 30.6%를 인수하며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