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식 문항당 평균 10만원, 주관식 문항은 30만원.’
4년간 수능 관련 문항 수천 개를 만들어 대형 입시학원 등에 팔아 2억5000만원을 벌어들인 서울의 한 고교 교사 A씨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 교사는 수능 모의평가 검토진으로 참여하면서 얻은 문제를 유출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 수사를 통해 대형입시학원에 수능 관련 문제를 판매한 혐의로 현직 교사 등 69명을 입건하고, 이 중 24명을 1차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이 1차 수사로 송치한 사람은 모두 현직 교사다. 범죄 유형별(중복 적용 포함)로 보면 문항 판매 14명, 문제 유출 1명, 자격 위반 19명 등이다. 이들 중엔 수능 출제위원 출신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22년 5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한 ‘2023학년도 6월 수능 모의평가’ 검토진으로 활동하며 얻은 정보를 사교육업체 두 곳에 팔아넘긴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 정부출연기관법 위반)를 받고 있다.
교사들이 입시학원에 문제를 판매하며 받은 금액은 개당 평균 10만원이었다. 난도가 높은 문제는 30만원에 거래됐다. 교사 세 명은 특정 입시학원에 독점 제공을 약속하고 최대 3000만원의 계약금을 받기도 했다.
경찰은 이번에 처음으로 현직 교사의 문제 유출에 청탁금지법을 적용해 기소했다. 대부분 교사는 경제적 이유로 범행했다고 진술했으며, 문항 판매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징계 사유일 뿐 형사 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씨는 평가원 문제 유출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지만, 경찰은 문제 유사도에 대한 전문가 감정을 토대로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교육청에 수사 결과를 통보했으며 추가 징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교육 카르텔에 관여된 학원·강사와 평가원, 입학사정관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의혹’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2022년 치러진 사설 모의고사 지문과 수능 문제가 비슷하다는 내용이다. 경찰 관계자는 “교사와 학원 간 은밀한 거래는 과거 관행처럼 존재해왔다”며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범죄도 많다”고 설명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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