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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이 주식 시장을 움직인다…노동력 대체 산업에 집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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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센터장 인터뷰]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주식 시장이 격랑에 휩싸인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후보의 총격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증시를 견인해 온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업종은 트럼프의 대만 반도체 관련 발언과 바이든 정부의 수위 높은 대중 반도체 규제로 상승 랠리가 꺾이고, 국내 증시 역시 2800선을 내주며 조정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7월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셋째주 코스피는 전주 대비 61.54포인트(2.15%) 하락한 2795.46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기관은 1257억 원을 순매수했고,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367억 원과 770억 원을 순매도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반영한 소위 ‘트럼프 트레이드’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 정책 중 어떤 것이 지속되거나 확대되고, 어떤 것이 폐기되거나 축소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럴 때일수록 단기적인 뉴스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긴 안목에서 ‘시대정신’에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센터장은 “물가와 금리 인하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대부분 단기적”이라며 “결국, 주식 시장을 움직인 건 시대정신이다. 우리 삶의 변화가 생길 때, 그 변화를 이끄는 기업을 중심으로 주식은 추세적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비즈니스에 주목”하라며 현재 AI를 이을 다음 분야로 ‘로봇’을 꼽았다. 그 외에도 그는 하반기 주목할 만한 종목들과 밸류업 관련 전망 등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이야기를 풀었다.

현재 주식 시장을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전형적인 ‘실적 장세’로 보입니다. 반도체와 실적 개선 기업 중심으로 주가 회복이 진행 중입니다. 큰 그림으로 본다면 인프라 투자 사이클과 AI 반도체 투자 사이클이 맞물린 점이 수출 호조(기업 실적 개선)의 배경이 될 것 같습니다.”
하반기 증시를 전망하신다면요.
“하반기 코스피 3150을 적정 가치의 중심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반기 코스피 순이익을 200조 원 정도 반영해 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올해 코스피 연간 순이익은 연초 170조~180조 원 중반, 내년에는 연초 210조~ 231조 원으로 상향 조정 중입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에서 잇따라 금리 인하를 예고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9월부터 Fed가 금리 인하에 착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3월 물가 서프라이즈 이후 4월부터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 흐름에 복귀하는 양상이거든요. 최근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발언들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것 같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 시장 과열이 완화되면서 임금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실업률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완전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이중 책무를 고려한다면, Fed는 근원 개인소비지출(Core PCE) 기준 2.6~2.7% 범위에서 물가 상승률이 계속 머무는 환경이 확인되면 금리 인하에 착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내 9월, 11월, 12월 연쇄 인하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금리 인하가 하반기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물가와 금리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존재하죠. 다만, 단순히 경기와 금리를 바탕으로 증시 방향을 예측해 투자를 결정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금리가 인하될 것 같으면 주식을 사고, 인하가 안 될 것 같으면 안 사는 게 답일까요? 또 경기 침체가 올 것 같으면 팔고, 경기가 좋아질 것 같으면 사는 게 현명한 투자 전략일까요? 현시대를 움직이는 핵심축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시대정신을 읽는 거죠.”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입니까.

“단적으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부터 2024년 현재까지 15년간 꾸준히 올랐어요. 최근에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뉴스가 쏟아졌죠. 만일, 주가가 물가와 금리의 영향으로만 움직인다면 이렇게 우상향 할 수 있었을까요. 물론 중간중간 오르내림은 있죠.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러한 상승이 가능했던 건 세상이 계속해서 변했기 때문이에요. 우리의 삶이 급변할 때마다 주가는 크게 올랐어요. 지금 자본시장의 시대정신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사회로 진보한다는 것이죠. 나날이 줄어드는 인구수로 인해 노동력을 대비하는 기술이 발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잖아요. 전기차, 자율주행, AI 등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사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온 거죠. 그리고 머지않아 AI 디바이스를 활용한 것들이 쏟아질 텐데 그다음 스텝은 로봇 분야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로봇 투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투자를 할 때 너무 많은 상상력을 동원할 필요는 없어요. PC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와 애플이 잡았죠. 그런데 지금 당장 미래 로봇을 어떤 운영체제(OS)가 차지할지는 아무도 몰라요. 테슬라가 할 수도 있고, 다른 회사가 할 수도 있죠. 관련 섹터들을 체크해 뒀다가 그 시작점에서 두루두루 사 놓는 것도 좋은 전략이에요. 모바일, AI가 그러했듯, 로봇도 결국 우리가 만날 미래거든요. 너무 미리 안 사도 돼요. 바로 앞에 다가올 것들을 중심으로 저가에 분할매수하면서 투자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올해 상반기 주도주인 AI 종목의 상승세는 얼마나 이어질 걸로 보십니까.

“모든 산업이 그랬듯이, AI 반도체 산업 규모의 윤곽이 확실히 잡히는 시기까지는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나오는 ‘재고’가 핵심 지표가 되겠죠. 구경제이든 신경제이든 공급 과잉은 산업 성장의 정체를 시사하거든요. 누구나 그 물건을 쓰고 있다면 공급 과잉이 우려되죠. 애플, 삼성 등 스마트폰 시장의 상승 사이클만 봐도 그렇죠. 주가 측면에서는 데이터센터용 반도체(GPU) 중심에서 온디바이스(신제품 사이클)로 넘어가는 사이클이 확산될 때 상승세의 연장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외 하반기 주목할 만한 섹터들이 있나요.

“미국 인프라 관련 기업들의 선전이 예상됩니다. 변압기, 전선 등 산업재 공급 부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동시에 상대적으로 현재 저평가된 종목들을 살펴보면, 미국향 수출이 구조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기업들, 즉 화장품이나 음식료 등의 약진이 기대됩니다.”

하반기 밸류업 정책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까요.

“상반기 밸류업 개선 기업에 대한 주가 반응은 충실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핵심은 ‘주주 환원’이죠. 하반기에도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주주 환원에 참여할지가 관건일 것으로 보입니다. 다행히 코스피 순이익 200조 원 시대 진입을 감안한다면 예전보다 주주 환원 여력은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 전 메리츠금융이 금융지주사 1호 밸류업 공시를 했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저희가 2022년 11월 조정호 회장님 결단으로 3개 상장사를 하나로 합치는 이른바 ‘원 메리츠(포괄적 주식 교환)’ 전환과 함께 적극적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했잖아요. 그 순간이 제가 금융계에 몸담은 25년 생활 중에 가장 보람 있는 시기였던 거 같아요. 저도 그 전환 과정을 고민했던 주요 멤버 중 한 사람이었거든요.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 주주환원율이 20%가 안 됐어요. 같은 기간 금융선진국들은 45~50%에 달했거든요. 저는 그걸 좀 바꾸고 싶었어요. 물론, 결정적인 것은 조 회장님이 경영 승계를 포기하는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이후 저희는 약속대로 모든 걸 이행했어요. 꼬박꼬박 매해 자사주를 소각하고,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들에게 환원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주가도 많이 올랐고요. 지금도 저희가 외부에서 자금을 가지고 투자하는 돈보다 자사주 매입을 했을 때의 기대 수익이 더 높으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해야 주주에게 도움이 된다는 철학은 변함이 없습니다.”

만약 여윳돈 10억이 있는 자산가들에게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면요.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자산에 집중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부동산이든, 미국 주식이든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을 방어할 수 있는 자산 비중을 가장 크게 잡는 게 좋다고 봅니다. 만약 주식으로 한정한다면 미국 공급망에 편입돼 있는 국가(미국·일본·대만·한국·아세안 등)나 투자가 집중된 인프라, AI 반도체 산업에 집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글 김수정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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