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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선희의 미래인재교육] 끝없는 입시 전쟁이 낳은 '학벌 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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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20대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공황장애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14년 9만3525명에서 2021년 20만540명으로 2.14배 증가했다. 특히 20대 연평균 증가율은 20.4%로 가장 높았다. 3년 후엔 20대 공황장애 진료자 수가 40대를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으로 초진 진료를 받은 20대도 2018년 6만9333명에서 2022년 12만8582명으로 4년 새 두 배가량 늘었다. 20대 인구 감소를 고려하면 실제 증가율은 더욱 높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펴낸 ‘2024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에서도 청년층의 행복도가 낮아지고 있다. 이는 젊은 층의 SNS 사용 증가와 이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한국의 20대는 단순한 행복도 저하를 넘어 정신질환 수준으로 문제가 급증하고 있어 심각하다. 공황장애 같은 정신질환은 보통 중장년층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이는 생활 기복으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스트레스 때문이다. 20대의 정신질환 급증은 학업과 취업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학업 스트레스는 10대부터 장기간 누적된 결과다.

한국의 과도한 입시경쟁은 오래된 병폐다. 60년 전에도 중학교 입시에 실패한 초등학생이 자살할 만큼 경쟁이 극심했다. 정답 시비로 법정 소송까지 간 ‘무즙 파동’과 ‘창칼 파동’으로 1969년 중학교 입시는 폐지됐다. 그러나 현재의 대입 경쟁은 과거와 다르다. 과거엔 대부분 불합격자가 1~2회 재도전했지만, 지금은 합격자까지 ‘대학 상향 이동’을 목표로 여러 번 재도전하며 ‘n수’라는 말이 등장했다.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에도 입시경쟁이 완화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대 열풍’과 ‘정시 확대’가 불을 지핀 ‘무한 n수 현상’은 학령인구 감소와 관계없이 과도한 입시경쟁을 초래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재학생 수능 지원자는 감소하는데, n수생 지원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4학년도에는 n수생 지원자가 약 16만 명까지 늘었다. 이에 더해 대학 상향 이동을 위한 학업 중단 학생과 편입 지원자도 늘고 있다. 2022년 서울과 수도권 주요 53개 대학 편입학 지원자는 13만 명에 달했다. 이 중 모집인원 8000여 명을 제외한 12만 명가량은 다시 입시판을 떠돌게 된다.

상위권 학생의 의대 선호가 확대되면서 이공계는 의대로, 중하위권은 상위권 대학으로, 지방은 수도권 대학으로 이동하는, 세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학벌 노마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학벌 노마드는 휴학·자퇴로 인한 수강인원 부족으로 전공과목이 폐강되는 결과를 낳으며 대학교육까지 흔들고 있다. 과거의 20대는 대입과 동시에 입시에서 벗어났지만, 현재의 20대는 끝나지 않은 입시전쟁과 이로 인한 불확실한 진로로 더 큰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것이다.

정부의 내년도 1500명 의대 증원 발표는 대학 재학생뿐 아니라 20~30대 직장인마저 입시에 뛰어드는 상황을 낳고 있다. 연쇄적으로 이동하는 학벌 노마드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다. 데이비드 그러스키 스탠퍼드대 교수는 “교육 이동은 고소득층 자녀에게 유리하므로 사회 불평등 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학벌 노마드 현상이 내포한 또 다른 부작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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