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홍진주(41)의 시간은 거꾸로 가는 듯 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시니어 무대인 챔피언스 투어에서 활동하는 그는 지난 16일 대구 이지스카이CC(파72)에서 열린 KLPGA SBS골프 챔피언스투어 3차전(총상금 1억원) 대회 최종 2라운드에서 10언더파 62타를 쳤다. 이글 1개, 버디 9개를 몰아쳤고 보기는 1개로 막으며 챔피언스투어 18홀 역대 최소타 기록을 세웠고 최종합계 14언더파 130타로 우승했다. 지난해 투어 첫 해에 상금왕을 따낸데 이어 올해는 3개 대회 연속 우승으로 ‘홍진주 천하’를 열고 있다.
홍진주는 2003년 프로로 데뷔해 KLPGA투어에서 2승, LPGA투어에서 1승을 올렸다. 2020년을 끝으로 KLPGA투어에서 은퇴했고 2년의 공백을 가진 뒤 지난해부터 챔피언스 투어를 뛰고 있다. 그는 “일찌감치 40살부터 뛸 수 있는 챔피언스투어를 목표로 삼고 30대부터 준비했다”고 말했다. 정규투어에서 은퇴한 뒤에도 골프채를 손에서 놓지 않았고, 체력 훈련은 더 치열하게 했다.
챔피언스 투어는 올해 총 9개의 대회가 열린다. 준비할 시간이 많고 체력부담이 적은 대신, 자칫 늘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홍진주는 “시즌에는 주 2회, 비시즌에는 주 3·4회씩 꾸준히 근력 운동을 하고 있다”며 “나이는 더 들어가지만 정규 투어를 뛸 때보다 몸이 더 좋아졌다”고 밝게 웃었다.
이틀간 열리는 챔피언스 투어는 한샷, 한샷이 중요하고 더 많은 집중력을 요구한다. 예선통과, 시드 걱정 등 심리적 압박이 덜하지만 시합 중 부담감은 정규투어에 못지 않다는 얘기다. 홍진주는 “정규투어는 경쟁이 워낙 치열해 분위기가 삭막한 편이지만 챔피언스 투어는 승부욕이 넘치면서도 서로의 경기를 응원해주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회 간 여유가 있을 때는 쉬면서 재충전에 집중한다. “어릴 때는 노는게 좋았는데 이제는 휴식으로 재충전한다. 자기관리를 잘해야 능률이 오른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고 말하는 그에게서는 베테랑 특유의 여유와 깊이가 묻어난다.
프로 데뷔 21년차, 챔피언스 투어에서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이한 비결에 대해 홍진주는 “포기하지 않고 잘 버틴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가능한 오랫동안 챔피언스 투어를 뛰고 싶다. 골프를 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홍진주라는 이름을 알리는 것이 저의 꿈”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혜원 KLPGA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