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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샴푸하고 드라이하실게요"도 좋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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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샴푸하고 드라이하실게요"도 좋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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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푸하고 드라이하실게요. 고개 살짝 들어 보실게요. 펌이 참 예쁘게 나오셨어요.”

미용실에서 종종 듣는 과한 높임법은 틀린 표현이다. 어법에 맞게 “머리 감기고 말려 드리겠습니다. 고개 드세요. 머리가 잘 지져졌네요”라고 하는 것도 어색한 느낌이 없지 않다. 국어학자 한성우는 <말씨, 말투, 말매무새>에서 일상의 말이 꼭 규범과 사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손님을 만족시키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과하게 상냥한 말투라면 그 역시 존중해야 할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바른 말 혹은 맞는 말이란 규범이나 언어 예절에 따라 정해지는 게 아니라, 말을 하는 ‘말의 주인’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표준어는 맞는 말, 사투리는 틀린 말이라는 인식도 잘못됐다. 사투리를 빼놓고는 한국어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없다. 경상도 말씨는 ‘어’와 ‘으’를 구별하지 못한다고 놀림받지만, 실제로는 세 가지 성조로 구분된다. 표준어 발음에선 구별이 힘들어진 ‘개’와 ‘게’도 전북 서해안에선 뚜렷이 구별해 발음한다.

사투리에서 가져올 좋은 말도 많다. 제주도에서 ‘삼촌’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부모와 비슷한 세대의 모든 이웃을 부르는 말이다. 과거 서울·경기 지역에선 남녀 구분 없이 동성의 손위 상대를 ‘언니’라고 불렀다. 정감 있으면서도 차별 없이 들리는 표현들이다. 충남 서해안 지역에서 어리숙해 보이는 사람을 가리키는 ‘시절’ 혹은 ‘시저리’란 말은 바보나 멍청이란 말과 달리 한구석에 관심과 애정이 담겨 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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