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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음주상태' 안 봐준다"는 판사 봤더니…'반전 정체' [유지희의 IT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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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음주상태' 안 봐준다"는 판사 봤더니…'반전 정체' [유지희의 IT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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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발전으로 인해 미래에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되는 직업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고소득·고학력 일자리 가운데 AI가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직업 중 하나가 '판사'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AI와 노동시장 변화'에 따르면 판사·검사·변호사의 AI 노출지수는 상위 21%로 AI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업 상위권에 올랐다. 해당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AI 노출도가 높을수록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대면 접촉과 사회적 관계 형성이 중요한 직업인 가수, 경호원, 성직자 등은 대체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됐다.

국민들도 AI 판사를 상당수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리서치가 2020년 진행한 설문에서 'AI 판사 제도가 도입될 시 인간 판사와 AI 판사 중 누굴 선택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AI 판사를 선택할 것'이라는 답변이 48%로 '인간 판사를 선택할 것(39%)'이라는 응답보다 높았다
AI 판사에 조두순 판결 맡겼더니…"더 엄격"
AI 판사의 판결문과 인간이 판결한 판결문을 실제 범죄자 사례를 들어 비교해봤다. 사용한 AI는 챗GPT 4.0이다. 비교해볼 범죄자는 아동 성범죄를 저지르고 징역 12년 형을 받은 조두순, 또래 토막살인범 정유정,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이다.

조두순은 2008년 경기 안산에서 등교 중이던 초등학교 1학년 여아를 성폭행했다. 이 사건으로 피해자는 인공항문을 다는 등 큰 신체적 피해를 입었다. 전과 18범인 조두순은 당시 음주상태로 범죄를 저질렀고 징역 12년에 7년간 전자발찌 부착, 15년간 신상공개 처분을 받았다.

AI 판사가 판결을 내린다면 어떨까. 조두순에게 징역 20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했다. AI 판사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은 법적으로 매우 엄격하게 다뤄진다"며 신체적, 정신적 피해, 범죄자의 상태와 전과 등의 종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판결했다. 눈에 띄는 점은 당시 조두순은 음주상태로 인한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감경 받았는데 AI 판사는 주취감경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당시에 비해 현재 미성년 성폭행에 대한 제도적·사회적 인식이 달라진 점은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래를 잔혹하게 살인한 정유정의 경우 AI 판사는 무기징역 또는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AI 판사는 피해자를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한 점, 계획적인 범죄행위, 범죄의 잔혹성을 고려해 이러한 판결을 했다고 답했다. 또한 AI 판사는 정유정의 양극성 정동장애에 대해 언급하며 정신적 문제로 인한 재범 가능성을 고려해 출소 후에도 사회로부터 격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결했다.

실제로 법원은 정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정유정은 현재 포항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당시 재판부는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에 대해 "사형은 극히 예외적으로만 행해져야 한다며, 생명 박탈보단 영구적인 격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N번방 주범엔 '30년 이상 징역', 실제와 유사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판결은 어떨까. 미성년자 16명을 포함해 총 74명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N번방의 주범 조주빈의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강제추행 및 성적 착취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음란물 유포죄 △협박죄 △강요죄 △명예훼손죄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AI 판사는 무기징역 또는 최소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조주빈은 실제로 징역 42년 4개월이 확정됐다.

AI 판사는 해당 사건 형량을 실제와 비슷하거나 약간 더 높은 수위로 정했다. 특히 조두순의 경우 음주상태인 점을 피고에게 유리한 양형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주취 감경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자 '성범죄에 대해선 감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성폭력 특례법 20조가 신설됐는데 이를 그대로 적용했다. 최근 대부분의 성범죄 사건에서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를 감경사유로 고려하지 않거나 오히려 더 형량을 높여 처벌하고 있는 추세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중국선 AI 판사 활용…찬반 의견 '팽팽'
AI 판사 도입에 대한 의견 대립은 팽팽하다. 앞서 테스트한 것처럼 정확도가 매우 높고 실제 판례 데이터베이스를 딥러닝해 빠르고 정확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범죄사실외의 이해관계와 주변 상황, 사건의 환경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할 수 없고 재판 이후의 사회적 영향을 감안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AI 판사가 업무를 '보조'해 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현재 중국 법원에서는 판결문 작성에 AI를 시범 활용하고 있는데 판사가 사건 관련 정보와 재판 기록, 판례 등을 입력해 생성형 AI가 판결문을 작성토록 한 뒤 보완하는 방식이다.

중국공정원(CAE)이 발간하는 '전략연구'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AI는 2019~2021년 판사들의 업무를 평균 3분의 1가량 줄였고 사회적 비용은 3000억위안(약 57조 2190억원) 이상 절약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대전지방법원과 춘천지방법원 등에서 부장판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어떤 사건은 AI가 해도 될 것처럼 보이는 간단한 사건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건은 디지털로 측정될 수 없는 여러 복잡한 상황들이 얽힌 경우가 많다"며 "국회가 법을 바꾸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판사가 '판결'로 바꿔야 하는데 AI 판사는 그런 부분을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입수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아지다 보니 사건 하나마다 판사들이 읽어야 할 양이 늘어나 대부분의 시간을 기록을 파악하는 데 쓰고 있다"며 "AI 판사가 이런 부분을 보조해 준다면 판사는 사건을 파악하는 데 활용하는 시간을 줄여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데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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