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1만여 명에 달하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게 됐다. 수련병원들이 이들에 대한 사직 처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내년까지 의료 공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7월 18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수련병원들은 17일까지 미복귀 전공의 사직 처리를 마쳤다. 결원 규모를 확정해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제출했다.
7월 17일 기준으로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전체 출근율은 1만3756명 중 1157명인 8.4%에 불과한 상황이다. 여전히 1만2000명가량의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많은 전공의는 복귀·사직 여부를 묻는 병원 공지에 아예 답하지 않았는데 병원들은 결국 이들 ‘무응답’ 전공의들을 사직 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다수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으로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 사직하게 된 전공의들은 용기 내 의료현장으로 돌아와 달라. 9월 하반기 수련 과정에 복귀하면 수련 특례를 적용받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의도 병원 떠나나?
그의 말처럼 정부는 이번 사직 처리에 따라 부족해진 전공의 인원을 병원들로부터 제출받아 7월 22일부터 시작되는 하반기(9월) 전공의 모집 일정을 진행할 계획이다.정부가 사직한 전공의가 9월 각 병원이 시행하는 모집에 응시할 수 있도록 전공의 수련 관련 규제를 풀었기 때문에 이번에 사직하더라도 9월 복귀가 가능하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이런 정부의 계획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공의 대표는 병원장들을 대상으로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날 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전협 비대위는 퇴직금 지급 지연, 타 기관 취업 방해 등 전공의들의 노동권을 침해한 병원장에 대해 형사 고발, 민사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며 “사직한 전공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2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은 정부가 특례를 인정해준 9월 전공의 추가 모집에 응하지 않으면 내년 3월에도 복귀할 수 없다. 자칫하다간 내년에도 수련병원들이 1만 명이 넘는 ‘전공의 공백 사태’를 맞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정부의 방침은 확고하다. 전공의 복귀와 관계없이 예고한 의료개혁을 추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조 장관은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아도 의료공백이 최소화되도록 하겠다”며 “전공의 의존도가 큰 상급종합병원의 당직수당, 신규 채용 의료인력 인건비를 지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의료계의 거센 반발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전공의 없이 전문의 중심 상급종합병원으로 전환한다는 의료공백 방안을 제시할 경우 전문의들까지 병원을 떠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7월 17일 충남 천안 순천향대천안병원의 경우 응급의학과 전문의 일부가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응급의료센터 운영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전공의 이탈 이후 전문의들의 업무가 가중되면서 병원 측이 교수를 새로 초빙하려 하자 기존 전문의들 반발로 갈등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어떤 의료 정상화 대책을 추가로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