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동안 메르세데스-벤츠의 '카브리올레(유럽에서 오픈카의 의미로 사용하는 단어)' 모델들은 독보적인 특징과 매력을 증명하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러한 벤츠의 오픈톱 드림카 전통을 이어받은 '디 올-뉴 메르세데스-벤츠 CLE 카브리올레'는 CLE 쿠페의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개방감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모델이다.
국내에는 △CLE 200 카브리올레와 △CLE 450 4MATIC 카브리올레 총 2개 라인업으로 출시됐는데 이번에 기자가 탑승한 모델은 CLE 200 카브리올레로 가격은 7880만원이다.
시승 코스는 부산 기장군 빌라드 쥬 아난티를 출발해 △광안대교 △부산항대교 △남향대교 △가덕대교를 건너 부산 강서구 한 카페에 도착하는 편도 55km를 주행했다.
약 두 달 전 벤츠 CLE 200 쿠페를 시승한 경험이 있어 CLE 200 카브리올레가 낯설지 않았다. 일단 외관은 차량 천장의 개폐 여부만 다를 뿐 디자인은 동일했다.
검정색 소프트 톱이 기본 적용된 CLE 카브리올레의 외관은 긴 후드와 전장 및 휠베이스, 낮은 전고, 짧은 오버행으로 완성된 스포티한 비율과 측면의 강렬한 캐릭터 라인 등을 통해 CLE 카브리올레만의 역동적인 디자인을 자랑한다.
인테리어 역시 CLE 200 쿠페와 거의 동일하다. 눈에 띄는 차이점은 중앙 디스플레이의 각도 조절 기능이다. 소프트 탑이 열려있을 때 디스플레이 화면의 빛반사를 막기 위해 중앙 디스플레이 하단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15도 또는 40도 각도로 화면 조절이 가능하다.
카브리올레임에도 2865mm의 휠베이스로 안락한 실내 공간을 선사한다. 특히 이전 C클래스 카브리올레보다 뒷좌석 무릎 공간은 72mm, 어깨와 팔꿈치 공간이 19mm 늘어 2열 공간 효율이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성인이 뒷좌석에 타기에는 무리가 있다.
장마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부산에 비가 내리지 않아 소프트 톱을 열고 부산 일대를 달렸다. 시속 60km/h 이하에서 단 20초면 부드럽게 소프트 톱을 열고 닫을 수 있다. 전기로 작동해 보다 조용하게 개폐 가능하다.
부산 바다를 옆에 두고 오픈톱을 열고 달리는 기분은 일반 차량에서 창문이나 선루프를 열고 달리는 것과 차원이 달랐다. 탁 트인 개방감을 느끼면서 차량 성능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소프트 톱이어서 CLE 200 쿠페 대비 소음이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는데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CLE 카브리올레의 소프트 톱은 다층구조로 단열 효과가 높아 사계절 내내 실내 온도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해주며 외부의 바람과 소음도 줄여준다.
CLE 200 카브리올레에는 앞유리 상단과 헤드레스트 뒤에 위치한 윈드 디플렉터로 공기 흐름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탑승자 머리 위로 공기 막을 형성해 외풍이 운전자를 방해하거나 실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돕는 '에어캡'이 탑재돼 있다.
이 기능만 있으면 오픈톱 상태에서도 머리카락이 바람에 전혀 날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시속 70km를 넘어서자 어쩔 수 없이 머리카락이 조금 날렸다.
도로를 달리는 느낌은 역시나 만족스러웠다. CLE 200 쿠페와 마찬가지로 도로 위를 부드럽게 질주하는 주행감을 오랜만에 다시 느껴 반가웠다. 특히 고속 주행이 너무 안정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과속을 할 뻔한 경우가 잦았다. 부드럽게 제어 가능한 브레이크 또한 자신있게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게 하는 요인 중 하나였다.
CLE 200 카브리올레는 CLE 200 쿠페와 동일한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ISG에 맞춰 개발된 9단 변속기의 조합으로 최적의 퍼포먼스를 제공한다. 최고 출력 204ps, 최대 토크 32.6kgf·m의 성능을 발휘한다.
운전을 보조해주는 기능도 다양하다. 차량에는 △최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 △도로의 조명 상태, 교통 상황, 주행 경로, 날씨 등의 조건을 고려해 헤드램프의 밝기를 주행에 최적화해주는 디지털 라이트 △전방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에 가상의 주행안내선을 표시해 더욱 직관적인 길안내를 돕는 MBUX 증강 현실 내비게이션 △360° 카메라가 포함된 주차 패키지 등의 주행 보조 사양이 기본 탑재됐다.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카브리올레를 조금 더 즐기고 싶었지만 에어컨과 통풍시트로도 작렬하는 태양과 뜨거운 온도를 이겨낼 수 없어 소프트 톱을 열고 달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LE 200 카브리올레는 인생에서 한 번은 타봐야하는 차이지 않을까 싶다. 불편하다면 불편한 점들을 감수하더라도 타고 싶은 매력이 더 크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