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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에너지원으로 SMR이 주목받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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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ESG] 이슈




최근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이 주목받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개발 비용을 분담해 추진 중인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기술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착수된 지난해에 이어 지난 5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도 소형모듈원전 1기를 도입할 것으로 언급되면서 국내에서 관심이 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도 SMR을 개발하거나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몇 년 전과 비교하면 SMR의 경제성과 안전성에 대한 비관적 의견이 상당히 줄어든 것처럼 느껴진다. SMR은 왜 이렇게 주목받고 있는 것일까?

원자력에너지에 주목하는 EU·미국

국제사회는 2030년까지 전 지구적 온실가스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이상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2050 탄소중립 선언’과 ‘2050 탄소중립 비전’을 통해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국가 온실가스의 40% 감축을 국제사회에 약속했고, 특히 지난 5월 G7 국가는 '2035년까지 석탄화력발전 전면 중단'을 합의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지만,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자연환경의 제약과 간헐성으로 인해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완전히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세계 각국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2023년 2월, 유럽연합(EU)은 원자력을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분류하면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효과적 수단으로 원자력발전, 특히 SMR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7월 9일(현지 시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원자력 확대 방침을 담은 ‘청정에너지를 위한 다목적 첨단 원자력 배치 가속화 법안(ADVANCE Act)’에 서명함으로써 미국에서도 SMR 개발과 건설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송배전망 이용할 수 있어

SMR은 원자로와 주요 기기의 모듈화를 통해 표준화된 설계로 공장 제작이 가능한, 전기 출력 300MWe 이하의 원자로를 말한다. SMR은 규모가 작아 대형 원전 대비 초기 재원 조달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모듈화 설계를 통한 공장 제작 방식으로 현장 설치 작업량이 감소해 건설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 강화된 안전설계로 사고 시 방사선의 영향을 부지 반경 이내로 제한할 수 있고, 비교적 작은 부지에 건설할 수 있어 수요지 인근에 위치 가능하다.

이를 통해 기존 송배전망을 활용해 별도의 송배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요구되는 전력량에 따라 출력을 조절하는 부하추종운전(Load Follow Operation) 기능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지역난방, 해수 담수화, 공정열 공급, 수소 생산 등 전력 생산 외 다양한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SMR은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이 강화되었다. SMR은 원자로 용기 안에 원자로냉각재 계통의 모든 기기를 설치하고 배관을 제거해 대형 냉각재 배관의 파손에 의한 냉각재 상실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또 사고 시 원자로의 안전한 냉각 상태를 유지하는 피동안전 계통은 전원이 차단되어도 자연순환 방식으로 작동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 같은 전력 차단 시에도 별도의 운전원 개입 없이 원자로의 안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피동안전 계통 도입을 통해 전력에 의해 작동되는 기기를 대폭 줄여 계통을 단순화함으로써 기기 고장의 빈도를 줄일 수 있어 예상치 못한 고장에 의한 원자로 정지와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1990년대부터 개발이 시작된 SMR은 초기에는 대형 원전을 지을 수 없는 환경, 예를 들어 극지, 오지, 해양 등에 전력 및 에너지를 공급하는 목적으로 개발이 시작되었다. 이후 2010년대 후반부터 기후 위기가 고조되어 온실가스 감축이 전 세계적으로 주요한 의제가 되었고,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net zero)를 달성하는 것이 각국의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면서 탄소저감의 효과적 수단으로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신 기술 접목한 i-SMR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에서 개발되는 SMR은 약 80종이다. 이 중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경수로 방식의 3세대 SMR은 대체로 203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는 우리나라의 i-SMR, 미국의 뉴스케일(뉴스케일파워)과 BWRX-300(GE-히타치), 영국의 롤스로이스 SMR(롤스로이스), 프랑스의 누워드(EDF) 등이 있다.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지 않는 4세대 SMR로는 빌 게이츠가 투자하는 회사로 알려진 테라파워의 나트륨(Natrium), X-에너지의 Xe-100, ARC클린테크의 ARC-100, 테레스트리얼 에너지의 IMSR 등이 있으며, 현재 실증을 준비하는 단계로 205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SMR 개발을 시작해 2012년엔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 인가를 취득한 100MWe급 원자로 SMART를 개발했다. 이후 원전 안전과 관련한 세계적 트렌드인 완전 피동안전 계통으로 업그레이드한 SMR 설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2022년부터 i-SMR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i-SMR은 SMART의 일체형 원자로 개념, 기기의 모듈화 등 이미 개발 완료된 기술과 함께 철제 격납 용기, 무붕산운전, 완전 피동안전 계통, 모듈식 원자로, 원자로 용기 내 제어봉 구동장치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2028년까지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표준설계 인가를 취득할 예정이며, 이번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대 중반 첫 호기의 건설을 계획 중이다.

i-SMR은 오랜 원전 운영 경험과 UAE 원전 수출 사업 성공을 통해 입증된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되고 있다. 지속적인 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성원이 뒷받침된다면, 우리 기술로 개발한 i-SMR은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혁신적 대안으로서 미래에너지 시장을 선도할 것이다.

권용세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기술개발사업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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