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컨소시엄이 최소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의 쾌거다. 바라카 원전 공사로 입증한 ‘온 타임 온 버짓’(공기·예산 맞추기)에 대한 신뢰가 수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부의 무모한 탈원전 폭주로 주저앉을 뻔했던 원전 산업이 정상화 단계를 거쳐 본궤도로 진입 중이라는 반가운 신호다.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내건 윤석열 정부의 행보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UAE 네덜란드 영국 튀르키예 등 줄줄이 대기 중인 수주전에서의 선전도 기대해볼 만하다. 이번 수주는 단순한 수출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유럽 한복판에서 원전 강국 프랑스와 기술력의 미국 웨스팅하우스 견제를 뚫고 K원전 경쟁력을 전 세계에 알렸기 때문이다.
이로써 50여 년 동안 부침을 거듭해온 한국 원전 산업은 재도약의 호기를 맞았다. 원전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의 인공지능(AI) 혁명에 힘입어 핵심 에너지원으로 대세를 굳혀가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없이 대량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에너지원으로 평가받는다. “2035년 소형모듈원전(SMR) 시장만 630조원에 달할 것”(영국 국가원자력연구원)이란 분석까지 나왔다. 탈원전을 외치던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이 ‘원전 비중 확대’로 급선회한 배경이다.
‘체코 낭보’로 한국 경제는 든든한 새 성장동력을 얻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취약해진 원전 인프라 완전 복원부터 서둘러야 한다. 혁신형 SMR 원전기술에 전력투구하는 등 정부 지원 강화에도 원전생태계 복원은 더디다. 올해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입학생 수가 3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원전을 미래 엔진으로 키우려면 정치권의 대오각성이 필수다. 하지만 과반 의석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탈원전 도그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요청한 상식선의 원전 관련 예산조차 대폭 삭감하는 등 몽니가 여전하다. 여당도 원전강국 선결조건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처리특별법 통과에 미지근하다. 삼류 정치에 ‘K원전’의 날개가 꺾일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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