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 스타트업이 잇달아 기업공개(IPO)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일제히 상장에 나서는 것은 그동안 지역 창업 생태계에 없던 일이다. 지역 스타트업의 체급 키우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부산 지역 7개 스타트업이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2025~2026년 IPO를 목표로 한다. 나라스페이스(초소형 인공위성), 뉴라이즌(공기정화필터), 브이드림(장애인 고용 플랫폼), 에이젠코어(원자력 에너지 기술), 에스엔비아(바이오) 등 기업 다섯 곳이 이미 증권사와 주관사 계약을 마쳤다. 이 밖에 제조 기반 플랫폼 기업 A사와 정보기술(IT) 주변 기기 업종을 다루는 B사도 상장 준비에 들어갔다.
주관사 계약이 상장의 바로미터는 아니다. 하지만 지역 벤처투자업계는 여러 기업이 동시에 상장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지역 창업 생태계의 높아진 체급을 나타낸다고 평가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100억원 이하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받은 기업이 계속 늘어 앞으로도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이 잇따라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그동안 업력 10~15년 벤처기업이 드문드문 증권사와 계약을 맺고 상장에 도전했지만 높은 상장 문턱을 넘지 못했다”며 “이번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은 모두 지역에서 만들어진 투자 생태계에서 커나간 기업으로 VC, 증권사 등과의 네트워크 속에서 탄탄하게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상장이 성공하면 지역 산업 체질이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상장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나라스페이스와 뉴라이즌이 대표적 사례다. 나라스페이스는 지난해 초 삼성증권과 주관사 계약을 맺고 내년 초 상장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11월 25㎏급 초소형 위성을 발사한 뒤 지난 4월 아시아에서 최초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으로부터 저궤도 비행 기술 인증을 획득했다. 뉴라이즌은 내년 8월 상장을 계획 중이다. 국내 최초로 ISO 인증을 받은 5세대 융합 필터로 ‘고속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0억8000만원을 올린 뉴라이즌은 이미 상반기에만 69억원어치 일감을 확보했다. 회사는 현재 진행 중인 국내 대기업과의 계약이 성사되면 내년 260억원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주목할 점은 상장에 도전하는 7개사 중 4곳이 부산연합기술지주가 초기 투자하고 후속 투자를 연계한 스타트업이라는 것이다. 화학, 바이오, 원자력 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지만 모두 제조 기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최수호 부산연합기술지주 전략투자본부장은 “지역 대학 21개, 대학병원 4곳, 동남권에 집중된 원자력발전소 등 지역 인프라를 활용한 제조 기반 스타트업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며 “지역 산업에서 축적된 경험과 네트워크를 스타트업에 접목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올해 창업 인프라 확대에 나선다. 지난달 산업은행과 BNK금융그룹이 참여하는 2000억원 규모 펀드를 마련했으며, 혁신창업타운을 조성해 산업은행과 부산 이전 금융공기업, 지역 중견기업이 참여하는 공간도 구축할 예정이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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