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이 7900억여원을 들여 첫 번째 방사성 의약품(RPT) 후보물질을 확보했다. 2028년까지 아시아 최고의 RPT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발굴과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은 홍콩 바이오기업 풀라이프테크놀로지로부터 고형암 치료제 후보물질 ‘FL-091’을 5억7150만달러(약 7890억원)에 사들였다고 17일 발표했다. 먼저 계약금 118억원을 낸 뒤 개발과 허가 및 매출에 따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지급해 최대 7890억원을 지급하게 된다. RPT는 표적 단백질 분해 치료제(TPD), 세포·유전자치료제(CGT)와 함께 SK바이오팜의 3대 신성장동력으로 꼽힌다. RPT는 SK㈜가 2021년 투자한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기업 테라파워로부터 원료를 공급받는 등 그룹 차원에서 협력하고 있는 분야다.
FL-091은 대장암과 전립선암, 췌장암 등에서 많이 생기는 단백질 NTSR1에 결합해 방사성 동위원소 악티늄을 전달한다. 암세포에 핵폭탄을 던지는 원리로, 기존 합성의약품으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FL-091은 현재 동물실험(전임상) 단계”라며 “내년 하반기 국내와 미국에서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기존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기반에서 항암제로 사업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2026년까지 항암 신약 임상계획서 2~3건을 제출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계약으로 SK바이오팜은 풀라이프테크놀로지의 방사성 약물접합체(RDC) 포트폴리오에 대한 일부 우선협상권도 확보했다. RDC는 암세포 표적 항체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붙인 약물을 뜻한다. SK바이오팜은 미국에 판매망을 갖춘 회사인 만큼 최대한 많은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자체 유통망에 실어 매출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RPT는 최근 가장 많은 글로벌 투자, 인수, 파트너십 계약이 이뤄지는 바이오 분야”라며 “연내 RPT 사업 전반에 대한 계획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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