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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배 비싸도 사먹을래요"…한국인들 깐깐해지더니 달라졌다 [김세린의 트렌드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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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어떻게 아무거나 마셔요.”

연예인 모델이 TV 광고에서 한 말이 아닙니다. 건강 중시 트렌드가 확산하며 생수에도 나름대로 ‘급’이 생겼습니다. 가격이 보통 생수 대비 2배 비싸더라도 ‘경수’(경도가 높은 물)를 고집하는 이들이 생겨나는가 하면 생수의 수원지까지 따져가며 사는 사람들도 눈에 띕니다.
제주 물은 뭔가 다르다?…영양 정보 살펴보니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마시는 물의 중요성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와 함께 수원지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자연히 제주도 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올해 3월 말 기준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된 생수 제조사는 63개인데 이 중 제주도를 수원지로 하는 생수 제조사는 6개 남짓이지만, 시장점유율로 따지면 40%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제주를 수원지로 하는 대표적 브랜드는 제주 삼다수입니다. 또한 ‘삼다수 후광’에 일부 제주 생수들도 덩달아 수혜를 입는 분위기입니다. 오리온이 2019년 말 선보인 ‘닥터유 제주용암수’가 이런 사례입니다. 회사에 따르면 이 제품은 제주의 ‘용암 해수’를 원수로 사용해 만들어집니다. 용암 해수란 바닷물이 화산암반층에 의해 자연적으로 여과돼 지하로 스며든 물을 뜻합니다.

실제 이 제품의 영양 정보를 확인해보면 2L 기준 칼슘 132mg, 칼륨 44mg, 마그네슘 18mg이 들어있다고 표기돼 있습니다. 칼슘과 칼륨은 뼈·치아 형성, 체내 수분 조절에 유익한 성분입니다. 또 용암해수는 인체에 유용한 미네랄(아연, 바나듐, 게르마늄 등)을 다량 함유한 게 특징입니다. 아연은 면역력 강화, 바나듐은 동맥경화와 당뇨병, 고지혈증 개선에, 게르마늄은 항바이러스와 혈압상승 억제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오리온 관계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마시는 물도 까다롭게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수원지뿐 아니라 미네랄 성분 및 함량 등을 꼼꼼히 따져 선택하는데 미네랄이 풍부한 원수로 만든 경수 제품이 주목 받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그런데 ‘제주 물’이 되기는 생각보다 어렵다고 합니다. 현행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상 제주도가 수원지인 경우, 주도가 설립한 지방 공기업만이 ‘먹는샘물’이나 ‘먹는염지하수’를 판매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 내 취수원이 동일하더라도 민간기업은 ‘혼합 음료’로만 판매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닥터유 제주용암수는 이 법령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지정한 ‘용암해수산업단지’ 내에서 염지하수를 원수로 하는 ‘혼합 음료’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닥터유 제주용암수는 생수가 아닌 식수인 셈입니다.
연수 천하였는데 '경수' 뜬다…확 바뀐 생수 시장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기존 연수 중심이던 국내 물 시장이 경수 시장 개척에도 공 들이고 있다는 겁니다. 국내 시장에서는 롯데칠성음료의 에비앙이 오랜 시간 대표적 경수 브랜드로 인지도를 높여왔습니다. 에비앙은 경도 306.6mg/ℓ로 강한 경수에 속합니다. 수원지를 국내에 둔 경수 제품으로는 경도 200mg/ℓ의 닥터유 제주용암수가 있습니다.

연수와 경수는 물의 세기부터 다릅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물 1L에 녹아있는 칼슘과 마그네슘을 기준으로 경도에 따라 연수(0~75), 적당한 경수(75~150), 경수(150~300), 강한 경수(300 이상)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수를 맛본 소비자들은 물이 느끼하거나 쓰다는 평을 내놓기도 합니다. 통상적으로 칼슘은 단맛, 마그네슘은 쓴맛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마그네슘이 높은 물은 물맛이 무겁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연수는 물맛 자체가 약해 청량감은 좋은 반면 경수는 건강 측면에서 확실히 이점이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건강을 중요시하는 트렌드에 따라 수원지, 브랜드뿐만 아니라 영양 정보까지 비교해보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등산, 러닝, 테니스 등 스포츠 활동하며 마시기 좋은 제품으로 물을 우선시하는 이들이 생겨났다는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경수, 수원지를 제주로 둔 물 등이 점차 늘어나며 소비자들 선택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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