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품귀현상'을 보이는 증권사가 매물로 나왔다. 최대주주인 학교법인 한양학원이 채권 운용과 투자은행(IB) 부문이 강점인 강소 증권사 한양증권의 지분 매각 추진을 공식화하면서다.
15일 한양증권은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추진설과 관련한 한국거래소의 조회 공시 요구에 "최대주주인 한양학원 측에 확인한 결과, 지분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매각 대상자와 매각 금액, 매각 방식과 일정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결정되거나 확정된 바가 없다"고 부연했다.
1956년 창립한 한양증권은 자기자본 기준 국내 30위권의 중소 증권사로 IB와 채권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63억원으로 전년보다 24.5% 늘었다. 과거 부동산투자 성과에 힘입어 2021년 1162억원까지 불어났으나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이익 규모가 디서 쪼그라든 모습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6.1% 늘어난 351억원, 영업수익은 10.6% 감소한 9990억원을 기록했다.
한양대학교를 운영하는 한양학원이 최대주주로, 지분율은 16.29%(3월 말 기준)다.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은 41%에 달한다.
한양증권 매각 추진의 배경은 한양학원 재단 산하 건설사 한양산업개발과 병원 한양대병원에 대한 유동성 공급과 상속세 재원 마련 등이 꼽힌다. 한양증권 지분을 매각하면서 계열 분리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게 재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양산업개발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파동으로 지난해 496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냈다. 한양대병원은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파업 여파로 경영난에 빠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한양증권 시가총액(1775억원·지난 12일 기준)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매각가가 1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한양증권 인수에 관심 있는 기업으로 사모펀드(PEF) KCGI 등이 거론된다. KCGI는 지난해 자산운용사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을 인수한 만큼 한양증권까지 품게 되면 추가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 KCGI와 함께 인수 후보로 거론된 LX와 우리금융은 해당 사실을 부인한 상태다. LX처럼 LG에서 계열분리한 또 다른 회사인 LS는 지난해 LS증권(옛 이베스트투자증권)을 인수했다. 또 우리금융은 다음 달 우리투자증권 출범을 앞두고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상속세 재원 마련 등이 목적인 만큼 한양학원으로선 한양증권 매각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인수 관심 기업들을 대상으로 매각가 수준을 재보는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날 한양증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53% 급등한 1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7거래일 연속 상승한 주가는 개장 직후 한때 1만721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앞서 직전 거래일인 11일과 12일에도 주가는 각각 9%대 올라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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