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수소버스 충전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수소버스 충전소가 부족한 탓에 국내 친환경버스 시장이 중국산 전기버스의 텃밭이 됐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는 수소버스 충전소 사업을 벌이는 코하이젠을 자회사로 편입한 뒤 전국 300곳에 수소버스 충전소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1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코하이젠이 다음달 초 진행하는 200억원 규모 유상증자(신주 400만 주 발행)에 참여한다. 현대차는 175억원을 투자해 신주 350만 주를 인수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의 코하이젠 지분율은 9%에서 48%로 높아진다. 현대차는 오는 25일 이사회를 열고 코하이젠 신주 인수 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코하이젠은 2021년 지역난방공사와 현대차, GS칼텍스, SK에너지 등 9개사가 241억원을 출자해 설립했다. 최대주주인 지역난방공사(지분율 28%)를 뺀 나머지 8개사는 똑같이 9%씩 보유하고 있다. 증자 이후엔 지역난방공사 지분율이 10%대로 떨어지고 현대차를 제외한 7개사 지분율은 5%대가 된다.
전국에 6개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코하이젠은 지난해 36억원의 적자를 냈다. 투자비가 많이 드는 데 비해 수소충전소를 찾는 버스는 별로 없어서다. 수소 충전소를 1개 열려면 30억원가량이 든다. 코하이젠이 중장기적으로 300개 충전소를 세우기로 한 만큼 9000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수소버스 구입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충전 인프라 부족”이라며 “현대차 주도로 충전소를 대거 세우면 수소버스 생태계가 돌아가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 충전소 사업은 충전 금액의 10%가량이 이윤으로 남는 구조로 설계된 만큼 생태계가 갖춰지면 자체적으로 수익을 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는 코하이젠 증자와 별개로 충전소 투자비를 추가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최근 현대차가 전북 전주 공장의 수소버스 연간 생산능력을 500대에서 3100대로 늘린 것도 수소버스 생태계 구축의 일환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대차는 대당 2억원가량(보조금 차감 금액)인 수소버스 가격을 1억원 안팎인 중국산 전기버스와 경쟁이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넥쏘 등 승용차용 수소 충전소 사업자인 하이넷에 대한 증자 참여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전국에 45개 수소 충전소를 운영하는 하이넷의 2대주주(지분율 28%)다. 자본잠식 상태인 하이넷은 거듭된 적자에 주주를 대상으로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1대주주인 한국가스공사는 증자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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