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진행된 여름캠프에 5년 전에 참가했던 러시아 청년의 경험담이 공개됐다.
CNN은 11일(현지시간) '북한에서 여름 캠프에 가는 것은 어떤 것인가'라는 타이틀로 2015년과 2016년 여름에 2주가량을 북한에서 보낸 러시아 국적 유리 프롤로프(25)와 진행한 인터뷰를 공개했다. 프롤로프는 "북한에 대한 TV 다큐멘터리를 보고 호기심을 느꼈고, 러시아의 페이스북 버전인 VKontakte의 '북한과의 연대' 그룹에 가입하게 됐다"며 "이 그룹을 통해 북한의 동쪽 해안에 있는 원산의 송도원국제어린이캠프에 참석할 기회를 얻었다"고 밝혔다.
해당 캠프 참가비용은 15일 일정에 약500달러(한화 약 69만원)였다. 프롤로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개인적으로 이동했고, 이후 다른 아이들과 함께 공산당 간부들과 여행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캠프 직원들은 따뜻하게 참가자들을 맞이했고, 라오스, 나이지리아, 탄자니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어린이들을 수용했다"며 "북한 어린이들과의 교류는 마지막 날에만 국한되었는데, 이는 실제 경험을 교환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캠프는 해변 소풍과 모래성 쌓기 대회와 같은 전형적인 여름 활동을 제공했지만 독특한 의식도 포함했다"면서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전 북한 지도자 김일성과 김정일의 동상을 청소하고, 백악관을 파괴하는 컴퓨터 게임을 했다고 밝혔다. 프롤로프는 북한 학생들과 비슷한 게임을 하던 중 "누구를 쏘냐"는 물음에 "우리가 맹세한 원수, 미국인들"이라고 답했다며, "내가 미국인이라고 말하면 나도 쏘고 싶어?"라고 물으니 주저 없이 "네"라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또한 강력한 통제와 엄격한 일정에 대해서도 불만을 전했다. 프롤로프는 "아플 때도 아침 운동을 빠질 수 없었다"며 "캠프 기간 내내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 쌀과 감자, 빵으로 버텼는데, 15일 동안 약 5kg이 빠졌다. 익숙한 음식에 대한 갈망이 너무 강해 집에 돌아와 햄버거를 잔뜩 시켜 먹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평양에서 미국 국기 스타일의 옷을 입은 어린 소녀를 본 것을 꼽았다. 누군가 아이에게 다시는 그 옷을 입지 말라고 지적했지만 놀랍게도 아무도 소녀에게 화는 내지 않았다고 한다. 프롤로프는 "통제된 환경인데도 (그런 걸 보면) 이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것들이 가짜 같았다"며 "아이들에게도 설득력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CNN은 북한의 여름 캠프가 문화 교류와 선전을 혼합하여 젊은이들의 마음을 세뇌하려는 노력이라고 해석했다.
올해 초에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북한에 100명의 러시아 국민이 여행을 갔다. 오는 24일부터 8월 2일까지 러시아가 어린이들을 북한으로 여름 캠프를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이후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와 북한은 지난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국빈 방문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 체결로 각종 분야에서 관계를 더욱 확대해나가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