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혼자서 할 수 없습니다. 미술 작품도 혼자서 보면 별다른 감흥이 없었습니다. 오늘 생기 넘치는 학생들과 함께 설치미술을 접하다 보니 축구처럼 예술도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박지성 전 축구선수가 미술관 일일 도슨트로 ‘깜짝’ 등장했다. 12일 국립현대미술관(MMCA) 지하 전시장은 박 전 선수의 전시 해설을 듣기 위해 모인 20여 명의 초등학생으로 북적였다.
MMCA는 이날 박 전 선수와 함께하는 대국민 문화 행사 ‘MMCA 플레이: 주니어 풋살’을 서울관에서 열었다. 박 전 선수와의 전시 관람, 대담 토크쇼, 풋살 체험 등으로 구성된 이번 행사는 초등학생 100여 명을 대상으로 했다. 문화 다양성과 예술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는 ‘모두를 위한 미술관’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미술관을 놀이터로 삼아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고 몸과 두뇌를 이용한 ‘놀이’를 통해 현대미술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행사에는 월드비전과 연계된 다문화가정 유소년과 보호자 60여 명도 참여했다. 인종 및 문화 간 장벽을 허물고 전 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기획했다는 것이 미술관 측 설명이다. 미술관 관계자는 “세계적인 구단들에서 경력을 쌓으며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체험한 박 전 선수의 경험이 아이들의 성장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박 전 선수는 MMCA 특별전 ‘가변하는 소장품’ 일일 도슨트로 변신해 학생들과 전시를 관람했다. MMCA 소장품 중 이미지와 사운드, 향기 등 비물질로 만들어진 동시대 작품을 20여 점을 소개하는 전시다. 박 전 선수는 “회화나 조각과 달리 소리·향기·기억 등을 재료로 삼아 작가의 상상력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라며 “작품으로 담기 어려운 우리의 소중한 추억과 경험을 환기해볼 수 있는 좋은 전시”라고 설명했다.
박 전 선수는 참여 학생들과 서울관 지하 1층 5전시실에 설치된 작품들을 관람했다. 그는 선인장 화분들을 소품으로 이용한 안규철 작가의 작품 ‘둘의 엇갈린 운명’을 해설하면서 “선인장은 오랜 시간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튼튼한 식물”이라며 “여러분의 일상에서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소중한 순간과 가치가 무엇인지 돌이켜보길 바란다”고 했다.
행사의 대담 프로그램 ‘미래세대 토크’에서는 박 전 선수가 현역 축구선수 시절 영국·네덜란드 등의 구단에서 활동하면서 경험한 언어·문화적 고충과 노력의 과정을 나눴다. 박 전 선수는 “처음에는 언어와 인종이 다른 선수들과 소통하는 과정이 매우 힘들었다”며 “나와 다름을 인정하면서 나부터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유대감을 쌓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내가 먼저 다가가 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상대방을 대하면 언어·문화의 장벽도 뛰어넘고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크 후에는 18명의 어린이가 박 전 선수와 함께 풋살을 배우는 ‘주니어 풋살’과 ‘패밀리 풋살’을 진행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