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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유통→중공업·기계→로봇…'128년' 두산의 변신은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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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년 역사의 ‘한국 최고(最古)기업’ 두산의 변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포목상으로 출발한 두산은 맥주, 유통 등 소비재기업으로 한 차례 변신한 데 이어 2000년대 들어 기계, 중공업 중심의 기업 간 거래(B2B) 기업으로 체질을 바꿨다.

그룹의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하는 내용이 담긴 11일 발표는 두산의 세 번째 변신을 의미한다. 로봇 등 미래 첨단 산업을 그룹의 ‘얼굴’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두산의 출발점은 박승직 창업주가 1896년 서울 종로4가에 연 포목점인 ‘박승직 상점’이다. 이후 박 창업주의 장남 박두병 초대 회장은 곡물을 재는 단위인 두(斗)와 산(山)을 합쳐 ‘한 말 한 말 쌓아 큰 산을 이룬다’는 의미를 담아 사명을 두산으로 지었다. 두산은 1950년대 들어 무역업을 시작했고 1952년엔 동양맥주(현 OB맥주)를 세웠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소비재 기업이던 두산은 2000년대 들어 B2B 기업으로 변신했다. 2001년 주력이던 OB맥주를 5600억원에 네덜란드 투자기업 홉스에 매각했다. 한국 산업의 중심축이 소비재·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바뀌는 흐름을 타기 위한 결단이었다. 종가집 등 김치사업과 의류 수입사업을 비롯한 유통사업도 차례차례 정리했다.

이렇게 모은 실탄으로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과 2005년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의 전신, 현 HD현대인프라코어)를 인수해 중후장대 그룹으로 몸과 마음을 다 바꿨다. 2007년에는 미국 건설기계기업 밥캣을 손에 넣으며 사업 무대를 세계로 넓혔다.

변신의 과정이 순탄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51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두산밥캣이 흔들린 게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엔 탈(脫)원전 정책 여파로 두산에너빌리티가 그로기 상태가 됐고, 건설 경기 부진으로 두산건설이 자금난을 겪기도 했다. 두산은 2020년 알짜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하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서 역대 최단기간(1년11개월)에 채권단 관리체제를 졸업했다.

작지만 단단해진 두산은 그룹을 로봇, 기계 등 ‘스마트 제조업’과 원자력발전, 수소에너지, 소형모듈원전(SMR) 등 ‘클린 에너지’ 그리고 반도체 및 첨단 소재 등 세 개 축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스마트 제조업은 협동로봇을 제작하는 두산로보틱스와 글로벌 건설기계 랭킹 10위인 두산밥캣이 맡고, 클린에너지 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퓨얼셀이 담당한다. 두산테스나는 반도체와 첨단소재 사업의 주력 기업이 된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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