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란 말이 입에 익었지만 검·판사로 부르던 시절도 있었다. 민주화 이전의 얘기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검사는 권력의 한 축이다. 많이 쇠락했다지만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검찰청 폐지를 선언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도 성에 안 찼는지 기어이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을 결행할 태세다. 보름 전 조국 대표가 ‘검찰개혁 4법’으로 포문을 열었다. ‘친명 강경파’ 처럼회 소속 김용민·민형배 의원이 엊그제 바통을 넘겨받았다.
양당의 구상은 거의 판박이다. 검찰청을 해체하고 수사 담당 중대범죄수사청과 기소를 맡는 공소청으로 분리하는 게 핵심이다. 이대로 실현되면 전통적 의미의 검사는 사라진다. 검사는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옮겨갈 수 있지만 명칭은 수사관으로 바뀔 예정이다. 지위와 역할도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상 개개인의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 국가를 대표해 형벌권을 실현하는 독립 관청이다. 하지만 새 제도 아래의 수사관은 국무총리실 법무부 등 행정부 내 공무원에 불과하다. 초임 검사가 받는 4급 대우도 행정고시(5급) 경찰대(6.5급) 수준으로 하향하는 안이 유력하다.
검찰청 폐지는 필연적으로 수사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후 3년간 기소가 3건에 불과한 데서 잘 드러난다. 25명의 검사가 포진한 공수처가 그럴진대 힘빠진 수사관이 주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이라고 얼마나 다를까.
양당은 검사 힘빼기와 수사·기소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라지만 오해다. OECD 35개국 중 29개국에선 검사가 기소권을 갖고 수사를 지휘한다. 최근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는 검사의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강화했다.
기소심의위원회로 ‘시민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발상에선 불순한 의도가 물씬하다. 자의적 검찰권 행사가 적잖지만 검찰 해체는 동문서답이다. 큰 사고가 잦다고 고속도로를 뜯어내자는 격이다. 검사의 퇴장은 폭주하는 정치권력을 견제할 대항마의 실종을 의미한다. 더구나 재판·수사 중인 의원들이 앞장선 ‘검찰 독재’ 주장은 언어도단이자 가치 전도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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