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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고칠 곳투성이 상속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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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가 최근 논란거리다. 정부도 개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상속세 제도는 유럽 일부 국가는 18세기 말부터, 한국은 1950년부터 시행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4개국이 상속세를 시행하고 있다. 상속세가 없는 국가는 스웨덴,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등이다.

상속세가 필요한 세금인지를 두고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혹자는 상속세가 세대 간 재산 대물림을 최소화해 모든 젊은이가 같은 선상에서 경제생활을 시작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자식이 잘살도록 노력하는 것은 부모의 자연적 본성이고 이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는데 왜 상속세를 통해 인간의 선한 본능에 벌을 가하냐는 반문도 있다. 지난 수십 년간 OECD 국가 가운데 10개국이 상속세를 폐지했고, 미국은 상속세 공제액을 대폭 올리고 최고 세율을 낮춘 것을 보면 전자의 논리가 반드시 우세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부분 국가는 상속세를 유산취득세 형태로 부과한다. 즉, 상속받은 자녀(상속인)가 부모(피상속인)로부터 받은 재산에 대해 개별적으로 세금을 낸다. 또 다른 상속세제는 유산세다. OECD 국가 중 한국, 미국, 영국, 덴마크만 상속세를 유산세로 부과한다. 부모가 남긴 전체 재산에 세금을 물리고 나머지를 누가 얼마나 갖느냐는 자식들이 결정한다. 세금을 부모가 내는 형태다. 이 경우 공정성 문제가 발생한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비슷한 만족도(경제학에서의 효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소비할 때는 저율의 소비세(10%)를 내고 자식에게 자산을 남기면 고율의 세금(총상속재산가액대비 28%·2022년 기준)을 내니 불공정하게 느껴진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을 부모의 소비보다는 자식의 취득 재산으로 보고 ‘소득이 있으면 세금이 있다’는 원칙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다. 유산취득세가 유산세보다 조세 원칙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제도로 보인다. 한국도 유산취득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상속·증여세가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9%(2019년도 기준)로 OECD 평균 0.36%보다 훨씬 높은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이유는 상속세율이 높고(최고 50%) 상속 공제액도 낮기 때문이다. 최고 세율은 일본(55%)이 가장 높고 한국이 2등이지만 일본은 상속·증여세가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3%로 한국보다 낮다.

한국의 가혹한 상속·증여세는 합리적일까? 부의 불평등 정도가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크다면 상속·증여세를 늘려 이를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부의 불평등 정도를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가장 간결한 방법은 가구당 부의 평균값을 부의 중위값으로 나누는 것인데 이 비율이 높을수록 부의 불평도가 크다고 할 수 있다. 2019년 이 비율값은 한국이 1.76으로 주요 5개국(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보다 낮다. 미국은 7.02에 달했다. 한국의 불평등도가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낮은데 높은 상속·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상속세의 또 다른 불합리한 점은 배우자에게 상속할 때도 세금을 물린다는 것이다. 상속세의 목적은 세대 간 재산 대물림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배우자는 피상속인과 같은 세대에 속한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배우자에게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현재 상속세에 관한 논란이 세율, 과세표준 구간, 최대주주 할증, 공제액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세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높고 과세표준 구간이 이전 그대로인 점은 시정돼야 한다. 최대주주에게 높은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도 그들이 부자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공정하지 않다. 또 한국인의 가구당 평균 순자산이 지난 수십 년간 대폭 증가한 현실을 생각한다면 현재의 공제액은 너무 낮다. 정부와 국회는 상속세가 소수 부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의 상속세제는 1950년에 마련됐다. 신생국이던 당시 사회에서 치열한 고민 끝에 상속세법을 만들었을 것 같지는 않다. 그 당시 한국과 지금은 크게 다르니 합리적 숙고와 여론 수렴을 통해 상속법이 대폭 개정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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