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인의 빈곤율(2022년 기준)은 38.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은 약 4만2000명으로 평균연령 76세, 월수입은 15만9000원이다.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노인 빈곤율 확대는 절대 피해 갈 수 없는 사회적 문제다. 같은 시점 일본의 노인 빈곤율은 20.2%로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며, 노인 70%는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일본 사회운동가 후지타 다카노리는 생활보호 수준의 소득으로 살고 있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고령자를 ‘하류노인’으로 명명했다. 고령기의 수입과 저축액이 현저히 적고, 주위에 의지할 사람 없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노인이 하류노인으로 정의된다. 은퇴 전 평균 수준의 수입이 있던 사람도 질병, 사고, 캥거루족 자녀, 치매 발병 등으로 하류노인으로 전락할 수 있다. 더군다나 한국 고령층은 일본보다 금융자산 비중이 매우 낮아 현금흐름이 취약하다.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무려 82.4%다. 자산은 있으나 쓸 돈이 없는 것이다.
일본은 1990년대 버블경제 붕괴 이후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꺾이며 가계는 금융자산 비중을 꾸준히 늘렸다. 경제력과 구매력을 갖춘 단카이세대는 은퇴하고 나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소비집단이 됐다.
우리나라도 베이비붐 세대가 2010년부터 퇴직하기 시작해 매년 40만~50만 명이 은퇴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은 다른 세대보다 많은 편이나, 문제는 금융자산이 적어 현금흐름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미국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는 부동산 자산 비중이 매우 높고 공적연금 수령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퇴직연금제도 도입 시기도 늦은 편인데, 이마저도 전 사업장에 의무 도입되지는 않았다. 게다가 베이비붐 세대의 높은 교육열 때문에 사교육비 부담이 커 사적연금을 충분히 축적한 경우 또한 드물다. 일본의 부자 노인인 단카이세대가 다양한 여가생활을 즐기며 일본 소비문화를 주도하는 ‘액티브 시니어’가 되는 동안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는 빈곤한 재정 상황 때문에 집에서 TV 시청으로 노후를 보내야만 하는 하류노인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한국 노인의 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늦어진다면 하류노인을 넘어 ‘노후 난민’ ‘노후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가 위축되고 사회보장 비용이 증가하는 등 우리 사회 및 경제가 전체적으로 악순환 고리에 빠질 수 있음을 인식하고 사회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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