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티나 성당은 바티칸 시국 내 교황의 관저 ‘사도 궁전’에 있는 경당으로 교황 식스투스 4세를 위해 1483년 완성됐다. 전 세계 추기경이 모여 교황을 선출하는 종교적 의식인 ‘콘클라베’가 열리는 아주 중요한 장소다.
시스티나 성당은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로도 유명하다.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의뢰에 따라 르네상스 대표 예술가인 미켈란젤로가 1508년에서 1511년까지 ‘천지창조’를 포함해 창세기의 장면을 재현한 아홉 점의 그림(Nine Scenes from the book of GENESIS)을 그렸다.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이 이 그림을 보러 시스티나 성당에 몰려든다. 회화를 건축에 융합해 건축물의 가치를 높이고 건축물과 공간의 스토리텔링을 하는 건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다.
10여 년 전부턴 예술과 건축, 그리고 기술을 융합해 공간을 변화시키는 ‘현대판 시스티나 성당’이 세계 곳곳에 등장했다.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더불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2008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빛의 건축가 장 누벨은 빛과 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몰입감 넘치는 공간을 만드는 거장으로 꼽힌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소피텔 빈 슈테판대성당’ 호텔 18층의 레스토랑 ‘르 로프트’는 야경 명소로도 유명하다. 벽면 전체가 유리로 돼 있어 360도 파노라마 뷰를 자랑한다. 특히 천장에 대형 곡선형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있는데, 슈테판대성당 타일을 모티브로 한 스위스 아티스트 피필로티 리스트의 작품이 전시돼 하이라이트를 만들어낸다.
누벨이 설계한 상하이 푸둥 아트뮤지엄(SPAM) 유리창 안에는 길이 60ｍ, 높이 8ｍ의 대형 LED(발광다이오드) 스크린이 2개 층에 걸쳐 설치돼 있다. 외벽을 디지털 아트를 위한 캔버스로 바꿨는데, 동적이고 몰입감 넘치는 디스플레이를 건축과 통합한 사례다. 대형 LED 스크린에 구현된 미디어 아트는 뮤지엄 방문객뿐만 아니라 황푸강 맞은편에 있는 사람도 볼 수 있어 공공 미술 역할도 한다.
건축과 미디어를 융합해 새로운 공간 경험을 제공하고 공간을 랜드마크로 만든 사례는 더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SLS호텔 리모델링 당시 디스트릭트는 초기 건축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6개 디지털 미디어 솔루션의 콘셉트, 하드웨어 설계, 콘텐츠 제작 등을 함께했다.
천장에 설치된 직육면체 형태의 LED 미디어 설치 작품에 3차원(3D) 효과의 착시를 일으키는 애너모픽기법을 이용했고, 이 콘텐츠는 SNS 영상이 800만 뷰를 기록하는 등 큰 바이럴 효과를 거뒀다. 직육면체 형태의 LED 미디어를 설계하는 데는 호텔 전체 리모델링을 담당한 크리에이티브 총괄 책임자 필립 스탁과의 커뮤니케이션과 아이디어가 융합됐다.
예술적 경험과 공간을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한 건축가·미디어 아티스트 간의 이 같은 협업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동훈 디스트릭트 부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