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장벽’ 돌파 위한 필수 조치
10일 정부는 △배터리 전 주기 이력관리 시스템 △폐배터리 성능평가 도입 △재생원료 인증제 △폐배터리 장착 제품에 대한 안전 검사 의무화 △관련 정책위원회 신설 등의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정책을 구체화해 국회 법안 상정까지 마치기로 했다.현재 시장에 출시된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은 평균 1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0년대 중반부터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대중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몇 년간 폐배터리가 쏟아질 것이란 의미다. 무수한 폐배터리가 쓰레기로 폐기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이번 정책의 골자다.
폐배터리가 사용되는 방안은 두 가지다. 전기 저장 등의 성능이 신제품 대비 90% 수준을 유지한다면 약간의 보수 과정을 거쳐 다시 신차에 ‘재사용’할 수 있다. 신제품 대비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에는 리튬 등 각종 광물을 다시 뽑아내는 ‘재활용’ 과정을 거친다.
그동안 폐배터리 시장은 주로 광물 재활용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전기차에 사용한 배터리는 10년 정도의 수명을 다하고 나면, 80% 안팎의 전기 저장 성능이 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서 빼낸 배터리는 ESS로 일차적으로 쓰일 수 있다”며 “중국만 해도 주요 통신사가 각각의 기지국에 사용 후 배터리를 ESS로 재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SS로서의 수명이 끝나면 열을 가해 녹인 후 가루 형태로 만들어 니켈 등의 핵심 광물을 뽑아 쓸 수 있다.
○“배터리 정보 투명성 높아질 것”
이번에 정부가 제도화에 나선 핵심은 배터리 이력관리 및 성능 평가다. 정부는 2027년까지 배터리 전 주기 이력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력 정보를 신청·공유할 수 있는 통합 포털을 개설할 방침이다.폐배터리 관리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전기차·배터리업계 전체의 정보 투명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터리 제품별로 ‘성능을 얼마나 유지하는지’ ‘사고가 얼마나 나는지’ 등의 정보가 모두 공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셀 제조사 간 힘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을 누가 통제할 것이냐의 싸움이다. 그동안 배터리 제조사들은 자동차 회사에 배터리를 납품한 이후에는 자사 제품이 어떻게 쓰이는지, 성능은 얼마나 유지하는지 등 정보를 전혀 알 수 없었다.
산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는 차량 탑재 후 운전자 성향에 따른 배터리 성능 변화를 배터리셀 제조사와 공유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이 경쟁을 어떻게 조율하고, 산업화할 수 있을지가 제도 성공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성상훈/허세민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