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에 나서면서 ‘반값’ 부실채권(NPL)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자금 여력이 있는 일부 시공·시행사(개발회사)뿐 아니라 외국계 자금이 ‘실탄 확보’에 나서는 등 기회를 잡으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불명확한 정리 기준 등으로 우량자산이 대거 부실화할 경우 자칫 외국계의 배만 불리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회사 NPL 규모가 43조7000억원까지 불어나자 NPL 전업사와 증권사가 NPL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PF발(發) 부실 현장이 경·공매와 NPL로 대거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금융권과 건설업계에서 PF 사업장 인수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NPL 전담 조직을 구성하는 대형 건설사와 개발업체도 등장했다. DL이앤씨는 올해 들어 주택사업본부 내 NPL 전담 조직을 만들고 대형 NPL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분석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NPL 관련 약정을 체결한 데 이어 캡스톤자산운용이 설정한 캠코PF정상화지원펀드에 민간 출자액 10%를 투자하는 약정도 맺었다.
SK디앤디 등 대형 개발업체도 최근 여러 NPL 현장에 대한 사업성 분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외국 자본의 국내 투자가 크게 증가하는 등 외국계 펀드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 자본의 국내 상업용 부동산 투자 규모는 2022년(17억달러)보다 35% 급증한 23억달러(약 3조1855억원)로 집계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외국계 가운데 선순위 채권자와 손잡고 고의로 사업장을 경·공매로 나오게 하려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금융당국도 외환위기 때 외국계 배만 불린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오상/이유정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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