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전 10시 서울 상암동 박정희도서관.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 스무 명이 짝을 이뤄 책상 앞에 앉았다. 모두 한 손에는 스마트폰, 또 다른 손에는 터치펜을 쥐고 있었다. 한 어르신은 카카오톡 활용법과 원리를 설명하고 또 다른 어르신은 경청했다. 서울디지털재단이 2019년부터 진행한 어르신을 위한 1 대 1 디지털 교육 ‘어디나지원단’(어르신 디지털 나들이 지원단)의 교육 현장에서다.
어디나지원단 사업은 55세 이상 장년·고령층이 또래 어르신의 눈높이에 맞게 스마트폰의 기초 등 디지털 관련 지식을 전수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업 5년 동안 시니어 강사 650명과 교육생 4만8444명이 거쳐 갔다. 올해는 강사 150명이 8개월 동안 25개 자치구를 돌아다니며 활동한다. 서울시 산하기관 최초로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ESD) 공식 프로젝트로 인증받았다.
강사로 참여하는 어르신은 디지털 분야 자격증이 있거나 관련 활동 이력이 있는 이들이다. 강사 한용술 씨(71·남)는 이날 교육생 김정옥 씨(71·여)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현재 위치’ 정보를 지도 앱을 통해 친구에게 공유하는 법을 단계별로 차근차근 알려줬다. 한씨는 “매일 복습해야 까먹지 않고 필요할 때 기능을 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교육 콘텐츠는 오프라인 매장 키오스크 활용법부터 스마트폰의 원리, 카카오톡의 주요 기능, 모바일 장보기 등 다양하다. 수강생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김씨는 “옛날에는 매번 누군가에게 다 물어봐야 했는데 이제 생필품 정도는 혼자 온라인 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교육생 이재수 씨(75·남)도 “적립해둔 마일리지로 부산 가는 KTX 표를 예매하는 법을 몰라 헤맸는데 앞으로는 혼자 할 수 있겠다”며 뿌듯해했다.
어디나지원단 활동은 어르신들이 사회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김씨는 “디지털 교육을 배우러 다니면서 갱년기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개발자였던 강사 정경자 씨(66·여)는 “2010년 은퇴한 이후 무료한 일상을 보내곤 했는데 강사 활동을 하면서 활력을 되찾았다”고 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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