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돌았다."SBS 금토드라마 '커넥션' 시청자들이 배우 권율의 연기를 보고 보인 반응이다.
'커넥션'은 누군가에 의해 마약에 강제로 중독된 마약팀 에이스 형사가 변질된 우정, 그 커넥션의 전말을 밝혀내는 중독추적서스펜스 드라마다. 지난 6일 마지막회는 시청률 14.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할 만큼 높은 관심과 "용두용미"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권율이 연기한 박태진은 현직 검사로, 학교에서는 물론이고 극의 배경이 되는 안현시 전체에서도 두뇌가 뛰어난 천재로 유명했다는 설정이다. 마약범들을 잡는 형사 장재경(지성 분)을 중독시킨 마약 '레몬뽕'을 제조, 유통하는 과정을 설계한 최악의 악으로 드러난 박태진을 권율은 소름돋는 연기력으로 소화했다는 평이다.
권율은 박태진에 대해 "영악하고 영민하다"며 "설령 실수를 했더라도 모든 걸 수습하는 인물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배우에게 시청률이라는 지표가 전부는 아니지만 현장에서 고생하고, 뜨겁게 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한 피드백이었다는 생각이 있다"며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고 전했다.
특히 쏟아지는 연기력 칭찬에 "배우에게 연기력 칭찬만큼 훌륭한 '레몬뽕'이 있겠냐"며 "하지만 저의 연기보다는 작품이 오롯이 잘 빌드업이 돼 왔기 때문에 그런 칭찬을 받은 거 같다. 모든 기운이 들어맞아 좋은 칭찬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커넥션'은 첫방송 5.7%로 시작해 3배 가까은 시청률 상승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권율은 "대본의 힘이 큰 거 같다"며 "너무 재밌어서 대본을 한번에 다 읽었고, 더 파악하고 싶어서 다시 읽게 되더라. 그런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 시나리오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배우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도 매력적이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지점들이 좋은 수치로 나온 거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솔직히 대본을 받았을 때 고민이 많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최악의 악인 박태진을 보며 "이렇게 강렬한 캐릭터를 하면 어떨지 부담이 되기도 했다"고. 하지만 권율은 "'이걸로 증명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우려심을 떨쳐내고 문을 열었다"고 작품에 대한 자신감과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대본에 대한 확신과 함께 권율은 '커넥션'에 지독하게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권율은 10부에 등장한 오윤진(전미도 분)의 목을 조르는 장면에 대해 "현장 상황상 초반에 찍었는데, 4부에서도 최지연(정유민 분)의 목을 조르는 장면이 있어 차별화와 감정의 완급 조절에 고민이 됐다"며 "지연의 목을 조르는 건으로 태진의 민낯이 드러났다면, 윤진은 폭력적이고 거침없는 태진의 성격을 더 강력하게 보여주는 지점이라 생각했다"고 털어 놓았다.
이어 "제가 고민한 부분을 알아봐주시는 초자연적인 반응을 보게된 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이 됐다"고 남다른 의미를 전했다.
인간 권율로서는 박태진의 악행에 대해 "이해가 안되는 지점이 있었다"고 했지만, 연기를 할 땐 "이 친구의 행위에 대해선 나쁘다, 나쁘지 않다에 대해 구분짓지 않고 연기했다"고. 권율은 "박태진은 그 순간 만큼은 그 행동에 진심이다"며 "다만 진심을 넘어서 이득이 되는 상황이면 그 의미를 쳐내고 버리는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는 욕망에 가득찬 인물"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항상 여러 경우의 수를 깔아놓고, 가장 이득이 되는 선택을 하는 인물이었다"며 "그 선택에 대한 부작용은 자신이 다 무너뜨릴 수 있는 머리와 힘, 권력을 가진 캐릭터라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전했다.
특히 자신의 범행을 모두 털어 놓는 엔딩에 대해서는 "대본을 받은 후 더욱 농밀한 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중간중간 수정이 됐다"며 "이 대본을 마주하고 2주 정도 스트레스를 받고, 이 긴 장면을 어떻게 설득력있게 끌고 갈지 고민했는데, 그런 지점에 고민을 함께 풀어간 게 지성 형님이었다. 하루 전에도 통화하고, 이틀 전에도 통화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제가 허무하게 죽었다는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총살이란 죽음이 의미있게 갈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며 "왜 박태진이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아가려 애썼다"면서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연기했던 순간을 전했다.
극중 대립각을 세운 지성이지만, 권율은 "감명깊고 인상깊은 지점이 많았다"며 "항상 관성적인 부분으로 흘러가려는 부분을 깨려는 리딩을 굉장히 많이 해주셨다. 저도 앞으로 다른 작업을 할 때 고정관념을 깨는 부분을 거침없이 도전할 수 있게 된 거 같다"고 치켜세웠다.
박태진의 행동에 대해 "이렇게 많이 최지연 집을 넘나들까 싶을 정도로 오류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고 지적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빌드업 과정에서 이런 부분들을 설득력있게 잘 마크하는게 저에겐 필요한 작업들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여자 목을 잡는건 정말 나쁜 것 같다"며 "박태진이 했던 악행 중 살인교사나 마약 이런 것들이 법적이나 도의적으로 중한 범죄임은 확실하지만, 캐릭터적인 자극성으로 봤을 땐, 목을 잡는게 가장 처음 대본을 봤을 땐 깜짝 놀란 장면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남녀의 구분보다는 그렇게 느닷없이 하는 캐릭터가 많지 않았다"며 "보통 그렇게 하면 죽여서 숨을 못쉬게 해서 끝이 나는데, 비주얼적으로 세게 다가왔다"고 전했다.
극중 자신이 살인을 교사한 친구의 아내이자 불륜 관계였던 지연에 대해 "사랑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태진은 돈을 많이 벌고, 부자가 되는 목표가 하나였기에, 아무리 그 애정이 진심이라도 가차없이 처버릴 수 있다는게 제가 설정한 박태진의 로그라인이었다"고 설명했다.
권율의 '미친' 연기와 함께 방영 내내 권율의 수트핏도 화제가 됐다. '장례식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검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만 메고 나왔지만, 탄탄한 수트핏을 보여주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권율은 "1, 2화를 찍고 나서 너무 딱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오히려 살을 찌웠다"며 "40대가 된 검사의 묵직함과 무게감이 있었으면 해서 5kg 정도 찌웠다"고 전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식단이나 소식을 하지 않았다"며 "지금은 서서히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중이다. 재수없어보이는 게 아닌가 싶은데, 제가 입이 짧다"고 너스레를 덧붙였다.
ENA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려 왔습니다'에 이어 JTBC '놀아주는 여자'까지 연이어 검사 역할을 맡는 것에 대해 "제가 공부를 잘해보이나"라고 반문하며 "엘리트 역할이 너무 감사하지만(웃음) 하지만 전 요즘 전 백수 한량에 수트도 안입고,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그러면서 권율은 "각 캐릭터마다 차별을 두려고 했다"며 "검사라는 직업이 주는 이성적이고 평정심을 갖는 이미지가 있지만, 그 안에서 차이를 두려고 했고, 그 지점이 가장 특화된 게 박태진 같다"고 소개했다.
'커넥션'의 키워드인 '우정'에 대해 "또다른 가족 같다"는 견해를 전했다. 이어 "이해관계가 달라도 내가 안고 갈 수 있는 게 진정한 우정의 관계 같다"며 "다만 친구들이 이 기사를 보고 자신은 괜찮을 거라고 사기는 안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인터뷰 내내 유쾌한 입담을 자랑했던 권율은 "예능도 저의 필모그라피라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다"며 "늘 저의 이미지의 고착화에 대한, 프레임에 갖혀선 안된다고 생각을 갖고 살아간다. 그래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이어 "항상 유머를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며 "비극의 상황을 희극처럼 보려고 하고, 그런 삶을 추구하며 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연기를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저는 연기를 앞으로 계속 오래 하고 싶다.여기에 균형을 맞춰서 제 주변 사람들과 오래오래 제 삶도 잘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