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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폭력의 흔적, 끝까지 찾아서 영원히 지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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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N번방 범죄’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해외 계정에 올라온 성 관련 범죄물을 끝까지 찾아내 영구히 없앤다는 게 최우선 목표입니다.”

지난 5일 서울 중림동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사무실에서 만난 신보라 원장(41)은 “급증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수습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디지털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국제 공조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피해자 긴급 지원 목적의 ‘여성긴급전화1366’도 연중무휴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피해자에게 법률·의료적 지원과 긴급 피난처 등을 제공한다.

요즘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 수습이 업무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아동·청소년을 유인해 기프티콘(모바일 쿠폰)을 보내며 친밀한 관계를 쌓은 뒤 점점 수위 높은 사진을 보내도록 협박하는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는 진흥원의 큰 고민거리다.

신 원장은 직원이 100명 남짓한 작은 공공기관이 직면한 예산과 인력의 한계를 글로벌 공조로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일에는 미국 법무부 유관기관인 국립아동실종학대예방센터(NCMEC)와 업무협약을 맺고 해외 서버에 내걸린 국내 성착취물 삭제를 위한 공조에 나서기로 했다. 구글,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등 해외 사이트는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아 즉각적인 영상 삭제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진흥원이 미국 내 권한을 가진 NCMEC에 임시로 요청해 지난해 피해 영상물 1887건을 삭제했다. 한·미 양 기관이 맺은 업무협약에는 ‘NCMEC가 대한민국 아동 보호와 온라인 아동 성착취 문제에 적극 협력한다’는 문구가 삽입됐다.

신 원장은 민간단체인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를 거쳐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소속 제20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거쳤다. 의원 시절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상임위 활동을 했다. 보수 진영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여성의 성범죄 및 교제폭력 피해, 출산과 경력단절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에 주력했다. 이런 이력이 계기가 돼 지난해 3월부터 3년 임기의 진흥원장 자리를 맡았다.

그는 “국회의원으로 일하던 당시 처음으로 N번방 사태를 다룬 바 있다”며 “국민적 공분에도 범죄가 사라지기는커녕 진화된 방식으로 더욱 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진흥원이 파악해 지원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 건수만 지난해 27만5520건으로 전년(23만4560건) 대비 17.5%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신 원장은 현역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출산해 화제가 됐다. 현재 7세인 아들은 내년에 초등학생이 된다. 그는 “영어 수학 공부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성폭력과 교제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학교 차원의 제도권 교육을 꼭 받으면서 자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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