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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급락했다. 유럽연합(EU) 내 2위 국가인 프랑스에서 좌파 연합의 예상을 뒤엎은 깜짝 승리로 재정 지출 확대가 우려되면서다.
8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장 초반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전장 대비 0.3% 하락한 1.0807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1.0817~1.0824 사이를 오가며 전장 대비 0.15% 하락세를 유지했다. 7일(현지시간) 프랑스 총선 2차 투표의 출구조사 결과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이 577석 중 180석을 확보하며 다수당 자리에 오를 것으로 예측되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한 주 동안 펀드 매니저들은 마린 르펜이 이끄는 강경우파 성향의 국민연합(RN)의 득세에 초조하게 대비했지만, NFP의 깜짝 득세는 프랑스의 더욱 확장적인 재정 정책을 우려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공공 부문의 적자 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5%에 달한다.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도 2007년 65%에서 2019년 97%, 올해 112%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NFP의 승리는 이처럼 이미 심각한 프랑스 재정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회원국의 재정 적자를 축소하려는 유럽연합(EU) 당국의 기조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프리 유 뉴욕멜론은행 수석 전략가는 "프랑스 정치는 또다시 혼란스럽다"며 "이번 결과로 인해 프랑스 당국의 확장적 재정 정책의 위험과 여파는 더 커졌다"고 말했다. 향후 총리 선정을 위한 협상 등에서 NFP가 절대 과반수를 차지할 가능성은 낮지만, 교착 국면 자체가 정국의 혼선을 키우고 외환, 채권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뒤흔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불가피한 정치적 갈등과 연립정부 내 좌파 세력의 영향력에 대한 불안감은 프랑스의 10년 만기 국채(OAT) 수익률을 급등시킬 수 있다. 이는 EU 내에서 상대적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는 독일 국채(분트)와의 스프레드(금리 격차)를 다시 넓힐 수 있다.
이 스프레드는 지난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조기 총선 초강수 등 프랑스 정국의 불안정으로 인해 80bp(1bp=0.01%포인트) 이상으로 치솟았다가 2차 투표가 있기 직전에 66bp로 좁혀졌다. TD증권의 제임스 로시터 글로벌 매크로 전략 책임자는 "좌파 연합의 득세라는 충격적인 결과는 스프레드를 다시 80bp 이상으로 급등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빈센트 주빈스 JP모건 자산운용사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마크롱 대통령이 주도한 재정 개혁이 위기에 놓이게 되면서 프랑스 채권의 가치를 다른 국가의 채권에 비해 잠재적으로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 정부가 재정적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는 한 시장은 더 높은 스프레드를 요구할 수 있다”며 “EU 집행위원회와 신용평가사들은 (마크롱 행정부가) 200억에서 300억 유로의 예산 삭감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정부는 1200억 유로의 지출을 증가시키기를 원하는 정당과 복잡한 협상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전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