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막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우크라이나를 대규모로 공습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겨냥해 미사일 공격을 재개한 것은 지난 3월 말 이후 석달 만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8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러시아군이 미사일 40여발을 발사해 키이우·드니프로·크리비리흐·슬로비안스크·크라마토르스크 등 여러 도시의 아파트와 인프라 등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그는 키이우에 있는 오크흐마트디트 어린이병원(사진)도 폭격당해 사람들이 매몰됐다고 덧붙였다. 영국 BBC는 이 병원에서 최소 2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전했다. BBC에 따르면 이 병원에서는 약 20여명의 어린이가 치료를 받고 있었으며 대부분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어 대피가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당국은 키이우의 또다른 병원에 미사일이 떨어져 4명이 추가로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고 했다.
BBC는 이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적어도 31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전력업체 DTEK는 키이우의 변전소 3곳이 파괴되거나 손상됐다고 밝혔다. 철강 생산지이자 젤렌스키 대통령의 고향인 우크라이나 남동부 크리비리흐에서도 11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번 공습에 순항 미사일과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이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킨잘은 음속의 5배 이상인 극초음속으로 비행해 요격이 어려운 미사일로 꼽힌다. 러시아는 킨잘의 비행속도가 음속의 10배인 시속 1만2240km를 넘는다고 주장한다.
이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안드레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만나 안보 협약을 체결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이우 어린이병원 공습에 대해 "러시아는 미사일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모른다고 주장해선 안 되며 모든 범죄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제네바협약에 따르면 전쟁 중이더라도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는 병원은 공격받아서는 안 되며 정상적인 운영을 보장받아야 한다.
러시아는 에너지 시설 파괴 시도에 대응해 우크라이나 군사시설과 공군기지를 공습했다면서도 어린이병원 등 민간시설을 겨냥했다는 우크라이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방공망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키이우에 떨어진 사실을 영상으로 확인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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