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울산 HD 감독이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 축구의 지휘봉을 잡았다.
대한축구협회는 홍 감독을 차기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내정했다고 7일 밝혔다. 이로써 한국 축구는 지난 2월16일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경질된 지 5개월 만에 새 감독을 맞이하게 됐다.
홍 감독은 10년 만에 대표팀 사령탑으로 복귀하는 셈이다. 그는 지난 2013∼2014년 대표팀을 이끌며 2014 브라질 월드컵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조별리그에 탈락해 크게 비난받았던 경험이 북중미 월드컵에 도전하는 과정에서는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축협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홍 감독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대한축구협회에서 전무이사를 맡기도 했다. 따라서 행정에 대해 잘 안다는 점도 대표팀 안팎에서 장악력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강점으로 꼽힌다.
홍 감독은 선수로 202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에 앞장섰던 한국 축구의 '영웅'이다. 지도자로서는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썼다.
당초 대표팀은 외국인 감독이 맡을 것으로 점쳐졌다. 축구협회는 클린스만 감독이 물러난 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중심으로 새 감독을 물색해왔다. 축구협회 고위층에 국내 지도자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정해성 전력강화위 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사의를 밝히고 물러나면서 차기 감독이 외국인 쪽으로 기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본부 총괄이사는 이달 2일 다비드 바그너, 거스 포옛 등 외국인 감독과 면접을 진행하려고 유럽으로 출국했었다. 그러나 이 이사는 귀국 후 지난 5일 홍 감독을 직접 찾아가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개월 동안 정식 감독을 찾지 못하고 두 차례나 A매치 기간을 임시 감독 체제로 보낸 축구협회가 결국 현직 K리그1 구단을 이끄는 홍 감독에게 'SOS'를 친 모양새가 됐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이 이사가 '삼고초려' 하듯이 홍 감독을 설득했다"면서 "홍 감독은 하루를 고민한 뒤 6일 저녁에 승낙 의사를 전해왔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2026년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까지는 대표팀을 이끌 것이 확실시된다. 여기에 더해 2028년 아시안컵까지 4년을 보장받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아직 계약 세부 사항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사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관련 내용을 브리핑할 예정이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