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진 비자로 취업이 가능할까요. 한국어 능력은 중급 정도 됩니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다시 늘자 이들을 대상으로 한 채용 플랫폼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8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체류외국인 수는 250만7584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252만4656명)을 회복했다. 2020년 203만6075명, 2021년 195만6781명으로 줄곧 감소하다 2022년 224만5912명으로 올라서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취업자격을 보유한 외국인도 늘었다. 전문인력 체류외국인은 2021년 4만5143명에서 지난해 7만2146명으로 증가했다. 단순기능인력 체류외국인 수는 같은 기간 8만8899명 늘어난 45만425명에 달했다.
영주자격 외국인은 지난해 18만5441명으로 20만명대를 목전에 두고 있고 결혼이민자(17만4895명), 유학생(22만6507명)도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체류외국인 늘자 맞춤형 채용 서비스 출시
외국인 수가 늘자 채용 플랫폼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나선 곳은 원티드랩이다. 원티드랩은 외국인 전용 채용 서비스 '원티드 글로벌'을 시범 도입하면서 첫발을 뗐다. 이 서비스는 사업·개발·디자인·마케팅 등 디지털 관련 직군 취업을 희망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다.
기존 채용 플랫폼과의 차이점은 기업 특성·외국인 채용 목적을 고려해 한국어 능력의 중요도를 구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국어 능력을 '필수', '불필요', '우대'로 나눠 구직자와 구인자 간 매칭 가능성을 끌어올렸다.
잡코리아도 뒤따라 나섰다. 잡코리아는 시범 도입 기간을 생략하고 곧바로 서비스를 정식 출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잡코리아가 내놓은 외국인 인재 채용 서비스 '클릭(KLiK)'은 이날 첫 선을 보였다. 이 서비스는 영어·중국어 등 28개국어 번역 기능을 갖췄다. 근무지역, 언어 활용능력, 보유 비자 등을 별도로 설정해 그에 맞는 공고를 간편하게 찾아볼 수도 있다.
구인자가 채용공고를 올릴 땐 선호하는 비자 종류와 한국어·외국어 능력을 구체적으로 표기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채용시장에선 외국인 지원자나 구인자가 뒤늦게 취업이 불가능한 비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채용을 번복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클릭은 한국어·외국어 능력을 5단계(입문·기초·중급·고급·능숙)로 세분화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늘면서 채용시장에서도 그에 맞춰 외국인 전용 서비스를 내놓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 구직자 대상 서비스 구축 예정"
저출생·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외국인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국내 체류외국인들이 취업할 수 있는 분야를 확대하는 조치를 취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고용노동부 등은 올해 안에 서울에서 100여명 규모의 '필리핀 가사도우미' 시범 사업을 진행한다. 내년엔 전국 1200여명 규모로 늘릴 예정이다.이 과정에서 국내 체류 중인 유학생이나 외국인 근로자의 배우자도 일할 수 있도록 빗장을 열겠다는 방안도 공개됏다.
국무총리실 소속 외국인력정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E-9) 도입 규모를 역대 최대인 16만5000명으로 확대했다.
어떤 형태로든 국내 체류외국인이 늘면 채용시장에서도 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크리스 허 잡코리아 미래사업본부 실장은 "향후 외국인 구직자의 안정적인 국내 정착을 돕기 위한 취업비자 관련 컨설팅 서비스와 구인기업과 글로벌 인재의 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AI) 매칭, 인재 검색 서비스 등 다양한 연계 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