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듣고 40kg 감량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체중 관리를 위해 유튜브 등에서 '혈당관리', '공복유산소' 등 다양한 방법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색 다이어트가 화제가 됐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주파수 다이어트'다. 자는 동안 특정 주파수 대역의 소리가 나오는 영상을 틀고 자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게 골자다.
'살빠지는 주파수' 영상, 조회수만 140만회
6일 기준 체중감량을 도와준다는 주파수 영상 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건 '살 빠지는 주파수, 지방을 활활 태우기' 제목의 콘텐츠다. 조회수만 무려 140만회에 달한다. 이 영상에 '좋아요' 2만개, 댓글도 4200여개가 달렸다."몸무게가 155.7kg이었는데 이거 듣다보니 94.4kg까지 빠졌다"거나 "야식 땡길 때 틀어놓으면 확실히 음식 생각이 안 난다", "67kg에서 50kg까지 체중을 감량했다. 감사하다" 같이 이 방법으로 나름의 효과를 봤다는 반응이 줄을 잇는다.
이뿐 아니라 '살빠지는 체질 만드는 주파수', '다이어트 디톡스 주파수', 입맛이 사라지는 주파수'는 물론 '이중턱, 턱살, 목살이 빠지는 주파수', '허벅지, 하체비만 줄이는 주파수' 등 특정 부위의 살을 빼준다는 주파수 영상이 여럿 게시됐다. 이들 영상 역시 적게는 수만, 많게는 수십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체중 감량을 도와준다는 주파수 영상은 정말 효과가 있을까. 실제로 20~30대 남녀 6명 대상으로 2~5일간 해당 주파수 영상을 청취하게 하고 체중을 비교해본 결과, 6명 중 2명은 체중변화가 없었고 나머지 4명은 1~2kg 정도 체중 변화를 경험한 것으로 파악됐다.
5일간 체중감량 주파수를 들은 대학원생 유 모씨(29)의 실험 시작과 종료 시점 체중은 모두 88.2kg로 동일했다. 2일간 해당 주파수를 청취한 취업준비생 이 모씨(25)의 체중 변화는 시작체중 61.9kg에서 60.2kg로, 아나운서 김 모씨(30)는 시작 체중 42kg에서 41kg로 1~2kg의 체중변화를 경험했다.
실제 실험 결과 체중 같거나 1~2kg 빠져
그러나 이정도 체중 변화는 하루 사이에도 식사량과 수분량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별다른 효과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이상운 동아방송예술대 방송기술과 교수는 "특정 주파수를 듣고 체중을 감량했다는 건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면서 "만약 주파수를 듣는 것만으로 살이 빠졌다면 해당 주파수 영상 소리를 듣다가 숙면을 취하지 못해 그랬을 거라는 추측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 소재 헬스장을 운영하는 트레이너 박모 씨도 "주파수를 듣고 몇십kg가 빠졌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체중 감량은 식이조절과 운동 병행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근거는 없지만…"심리적 불안감 작용" 해석도
일각에서는 이런 근거없는 주파수 영상이 10대~30대 중심으로 퍼지는 데에는 심리적 불안감이 작용한 것이란 시선도 있다. 현재 유튜브에는 살빠지는 주파수 영상 외에도 '합격 주파수', '재회 주파수', '장원영 얼굴 되는 주파수', '7분 안에 햄스터가 되는 주파수' 등 다양하고 황당한 종류의 관련 영상들이 올라와 있다. 연인과의 재회 주파수 영상을 오랜 기간 들은 적 있다는 이모 씨(24)는 "이별 당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재회 주파수 영상을 청취한 적 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지만 당시엔 심적으로 너무 힘들어 의지하게 되더라"라고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불안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참조할 수 있는 기준인 참조 근거를 찾는다. 어떠한 정보를 접했을 때 반신반의 하는 경우가 많아 또래의 의견과 리뷰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면서 "(주파수 영상이)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주파수 자체보다는 심리학적으로 플라시보(위약) 효과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잘만 이용한다면 나름의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음악과 주파수의 영향이라기보단 이 영상을 통해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생각과 예언, 암시를 불어넣는 것"이라며 "때에 따라 자기 믿음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결국 목표를 이루는 일종의 부스터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