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방송에 활발히 출연해 당론을 펼칠 '방송 특공대'(가칭)를 조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역대급 여소야대 국면에서 거야(巨野)에 맞서 당의 목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다. 이에 국민의힘은 정당 출범 이래 최초로 현역 의원들의 방송 출연 횟수를 전수조사했고, 그 결과 초선인 김용태 의원(경기 포천·가평)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현역 의원들이 방송 및 유튜브 등에 적극적으로 출연해 당의 논리와 가치관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활동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방송 특공대'를 조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추경호 원내대표는 당에 "방송 특공대를 구성할 인물을 추천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방송 출연의 횟수와 발언 내용을 공천 심사에 반영할 방법을 연구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 미디어국은 최근 올해 5월 기준 11개 방송사 32개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패널 출연자를 전수조사했다. 한경닷컴이 입수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용태 의원이 19회 출연해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9회 출연한 조정훈 의원(서울 마포갑), 3위는 8회 출연한 윤상현 의원(인천 미추홀을), 4위는 6회 출연한 김재섭 의원(서울 도봉갑)이었다. 이어 각 3회씩 출연한 나경원(서울 동작을)·성일종(충남 서산·태안)·이철규(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의원이 뒤를 이었고, 그 밖에도 이상휘(경북 포항남·울릉), 곽규택(부산 서구·동구), 신동욱(서울 서초을) 의원 등도 다수 출연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정당 출범 이래 현역 의원들의 방송 출연 현황을 이처럼 대규모로 전수조사한 것은 최초라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조사를 주관한 당 미디어국 관계자는 "각 방송사에서 출연자로 선호하는 의원이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조사"라며 "김용태 의원이 방송 출연자로 선호되는 이유는 합리적 논리 전개와 겸손한 태도라는 강점 이외에도 준수한 외모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미디어국은 출연 횟수뿐만 아니라 제작진 평가와 시청자 평가 등 정성적 평가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패널 섭외 작가들 사이에서는 "보수 진영, 국민의힘 측 패널을 섭외하기가 매우 까다롭고 어렵다"는 말이 자주 나왔다. 현역 의원들은 십중팔구 섭외를 거절해 대부분 원외에서 섭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 상황이 방송에 나가서 공격을 하거나 편안하게 방송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냐"며 "작가들이 '부를 의원이 없다', '부를 만한 의원은 부를 수도 없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현역 의원들이 방송에 나가서 말실수를 할까 봐 출연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또 대통령실 등이 엮인 민감한 현안에 대해 때때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주장으로 진영을 방어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라며 "주요 현안이면서도 특정 전문성이 요구되는 법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출연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